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 김은선(39). 그는 서른 살인 2010년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미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150여년 역사상 여성 지휘자를 세운 적 없던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 그 장벽을 뚫고 처음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이다. 그것도 삼십 대 동양계였다. 스페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스페인 현지 일간지 ‘엘문도’와 인터뷰 때 당연히 질문이 나왔다. 그때도 딱 잘라 대답했다. “무대에 있을 때 스스로를 음악가라 생각할 뿐입니다.”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라는 SFO의 사상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선임됐을 때는 어땠을까.
9일 태평양 건너 이메일로 소감을 전해온 김은선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저의 외적인 조건이 이제까지 지휘자 모습과는 달라 어려움이 많았겠다고 지레 짐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의 힘이자 장점은 음악이 시작되면, 성별이나 인종 문제는 잊힌다는 거예요.”
한국인이, 그것도 여성이 세계 주요 오페라단 음악감독이 된 건 이례적이다. 1989년 서른다섯의 정명훈이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에 임명된 게 전부다. 김은선 음악감독의 탄생은 그 자체가 쾌거로 꼽힌다.
SFO가 김은선을 높이 평가한 것 또한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었다. 김은선과 SFO는 지난 6월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 무대를 위해 처음 만났다. 그런데 “팀워크가 너무 잘 맞아서 마치 예전부터 SFO와 호흡을 함께 한 것 같았다”고 했다. 단원들도 똑같이 느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김은선 음악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SFO 총감독 매슈 실벅도 “김은선은 관객과 예술가, 기술자, 관리자 등 우리 모두를 연결해 주는 인물”이라 호평했다.
지금 당장의 계획은 “앞으로 계획된 연주들을 하나하나 잘 마치는 것”이다. 김은선은 스스로를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성격”이라 했다. “한 번도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작곡을, 지휘를, 독일 유학을 감행한 것도 그저 클래식을 더 잘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에요.”
30대 동양 여성 지휘자의 관심은 음악 밖으로도 뻗어갈 수밖에 없다. “SFO는 ‘다양, 공평, 포용(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비전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요. 거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습니다.” ‘음악감독 김은선’은 이제 시작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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