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새 원내대표가 9일 낮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자유한국당이 어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심재철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해 벼랑 끝으로 치닫던 국회가 정상화할지 주목된다. 계파색이 옅은 심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여야가 예산안ㆍ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유예와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 철회에 합의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여야 강경 대치에 겨우 숨통이 트였을 뿐,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입법 저지 방침을 재천명한 데다, 유재수 감찰 무마 등 이른바 ‘3대 국정농단 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뜨거워져서다.

변화의 조짐은 한국당 원내ㆍ정책 사령탑 선출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 주말 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ㆍ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최후 통첩했지만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국당 후보들도 모두 협상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10일 처리,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5개 법안 상정 보류, 필리버스터 철회 등에 합의한 것은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이 같은 합의에는 심 원내대표의 경륜과 자신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 사유화 논란까지 낳은 ‘친황 체제’를 비판하며 반발 세력을 모으는 한편 ‘친황파’인 김재원 의원을 ‘완충 카드’로 내세운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심 원내대표는 대여 강경 투쟁을 강조하는 황교안 대표와 호흡을 함께 하면서도 ‘묻지마 반대’에 피로감을 느끼는 초재선 온건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의 운신 폭이 커졌다는 얘기다.

남은 문제는 모처럼 형성된 대화 모멘텀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것이다. 정기국회 일정이 촉박하지만 시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당도 집권 의지가 있으면 표의 대표성ㆍ비례성 제고(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검찰에 대한 문민 통제(공수처법)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음모이자 악법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꽁무니 빼는 것과 같다. 새 지도부가 당당한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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