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8월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의 세법 개정안(H.R.1337)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개인도 알코올 도수 5도 이상의 맥주 및 포도주를 집에서, 별도 세금 부담 없이 양조할 수 있게 됐다. 자가 소비 목적으로만 허용된 거여서, 한해 100갤런(약 380L) 이상 양조할 수는 없고, 성인이 두 명 이상일 경우 200갤런까지 허용됐다. 오늘날 미국에서 유통되는 맥주 종류의 약 90%는 그렇게 양조된 수제 맥주다.
카터의 형 빌리 카터는 고향 조지아주에서 술꾼으로 명성(?)이 자자해 동생 선거운동에 부담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지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지역 한 양조업체가 빌리에게 ‘협업’을 제안, ‘빌리 비어(Billy Beer)’란 브랜드의 맥주를 출시했다가 망한 일이 있었다. 술맛이 빌리의 입맛조차 만족시키지 못할 정도였다는 설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백악관에 홈브루잉 설비를 갖춰 꽤 근사한 맛의 에일 맥주를 양조, 백악관 오찬 등 행사 때 선보이곤 했다. 백악관은 ‘백악관 허니 브라운 에일(White House Honey Brown Ale)’의 레시피를 공개했다.
맥주는 물, 차 다음으로 인간이 많이 마시는 액체다. 고고학자들은 BC 3,400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도자기에서 맥주 성분을 확인했다고 한다. 고온 발효의 에일이 아닌 저온 발효의 라거 맥주 양조법은 16세기 독일 바바리아(바이에른) 지역에서 만들어져 19세기 중엽 북미와 세계로 전해졌다. 그래서 맥주에 관한 한 독일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겔젠키르헨의 6만2,000여석 규모의 돔스타디움 ‘펠틴스 아레나’ 지하에는 5만2,000L 용량의 맥주 전용 탱크가 설치돼, 총 연장 5km의 파이프라인으로 분당 14L의 맥주를 스타디움 내 맥주 판매 코너로 공급한다. 하지만 가장 높은 알코올 도수 기록은 스코틀랜드의 한 양조업체가 지녔는데 2013년 출시한 ‘브루마이스트 스네이크 베놈(Brewmeister Snake Venom)’의 도수는 무려 67.5도였다.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고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지만, 미국의 일부 술꾼들에게는 ‘라거의 날(National Lager Day)’이다. 이 날을 누가 언제 제정했는지 알려진 바 없고, 굳이 알려는 이도 드문 듯하다. 중요한 건 지금 술잔이 비었는지 여부니까.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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