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상’ 각본상’ 등 3개 부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손꼽히는 골든글로브상에 한국 영화 최초로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비영어권 작품에 인색해 후보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한국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이번 골든글로브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기생충’은 내년 2월에 열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 본선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발표된 제77회 골든글로브 후보자 명단에서 ‘기생충’은 영화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 그리고 외국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봉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미국 유명 영화 감독과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기생충’은 각본상 부문에선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벡 감독)등과,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선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페어웰’(룰루 왕 감독)등과 같이 후보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ㆍ2004)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ㆍ2012) 등 여러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잇따라 주요 상을 거머쥐었지만, 미국 영화상에선 늘 ‘찬밥’ 신세였다. ‘기생충’이 미국의 관심을 끈 것은 이 영화가 지닌 대중적 파급력 덕이 컸다.
‘기생충’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뒤 미국 영화 시장에서도 반향을 낳았다. 지난 10월 11일 미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이달 8일까지 약 1,934만 달러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올해 현지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치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골든글로브는 작품의 상업적 파급력에도 주목한다”라며 “‘기생충’의 감독상 등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는 그간 미국 영화 시장 변방에 머물던 한국 영화가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양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본상(팝 듀오/그룹상)을 수상하며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을 입증했듯, 이번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노미네이트가 한국 영화의 미국 진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수상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영화상에는 비영어권 감독이라고 해도 대부분 영어 작품이었고 제3세계 언어로 된 작품에 주목한 사례가 없었다는 경향을 고려하면 ‘기생충’의 이번 골든글로브 3개 부문 노미네이트는 이례적”이라며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라고 내다봤다.
1944년부터 시작된 골든글로브상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93명의 투표로 영화와 TV, 뮤지컬 작품 등에서 수상자(작)를 정한다. 시상식은 내년 1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