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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386은 반성하라!

입력
2019.12.09 18: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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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역동성에서 386세대의 역할과 노력을 깎아내릴 수는 없지만 독점적 지위는 위도 아래도 신경 쓰지 않는 독선의 성향을 잉태했다. 꽃도 열흘을 피지 못한다. 386은 이미 그 시간을 훌쩍 넘었다.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세대가 산다. 그 시작은 후배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청년 세대와 3,40대를 과감하게 공천하라! 한국일보 자료사진
21세기의 역동성에서 386세대의 역할과 노력을 깎아내릴 수는 없지만 독점적 지위는 위도 아래도 신경 쓰지 않는 독선의 성향을 잉태했다. 꽃도 열흘을 피지 못한다. 386은 이미 그 시간을 훌쩍 넘었다.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세대가 산다. 그 시작은 후배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청년 세대와 3,40대를 과감하게 공천하라!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갑자기 물러나란다. 그것도 특정 인물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에게 말이다. 자기네들이 봐도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그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그래야 자기네들까지 도매금으로 넘겨지지 않을 거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 세대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조금 늦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른바 386세대가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다. 386이라 불리던 세대, 즉 30대의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황금세대를 지칭하던 그 세대들, 이제는 50대의 나이라서 586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축복을 독점한 세대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들은 취업 걱정을 별로 하지 않은 마지막 세대였다. 그들이 입사한 직후 1997년 금융위기가 닥쳤고 대량 해고가 남발됐다. 그러나 신입사원들을 해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간부직급을 비롯해서 그 아래까지였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섬겨야 할 상사들이 확 줄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신입사원 충원 숫자는 확 줄었다. 위도 아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누린 혜택은 결코 작지 않다. 물론 부족한 인원으로 일하느라 조금 힘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기업이 정상화되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에게는 수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졌다. 그들은 온전한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면서 아랫자리는 상당수 비정규직으로 채웠고 더 많은 분배를 독점했다. 안정적인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이른바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그러나 그만큼 노조의 저항도 거셌다. 그들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아웃소싱과 정리해고가 노조의 저항에 막히게 되자(이 노조의 중심세력들도 386이었다) 노조는 힘을 얻게 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렇게 얻은 그들의 안정적인 직업과 직위는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큰 기회였다. 세대 양극화의 시작이었다.

시대상황도 그들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다. 산업화 세대들은 IMF체제 속에서 퇴조했고 디지털과 IT 시대가 열리면서 그것들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다루기 시작한 첫 세대인 그들은 수많은 기회와 혜택을 선점했다. 세계화와 시장주의 시대 네트워크의 응집력을 가졌던 선배 세대가 없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거대한 세대의 네트워크 블록을 형성했다. 그렇게 그들은 1997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IT 시대의 모든 혜택을 거의 독점한 이들은 엄청난 기회를 누렸으면서 동시에 그 거품이 빠질 때는 거의 무책임하게 빠져나갔다. 단물은 모두 빨았다.

정치적으로도 이들은 많은 기회와 혜택을 누렸다. 물론 87항쟁이라는 도도한 정치적 저항과 성취라는 결실은 그 세대의 자부심이었고 사람들도 그 점을 평가했다. 그 덕분에 이들은 일찌감치 정치적 권력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 3,40대에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시민단체에 속한 이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정치권력으로 진입했다) 산업화시대의 선배 세대들은 이미 한풀 꺾였고 세계화와 디지털 환경을 거치면서 거의 도태의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세대는 없었다.

21세기의 역동성에서 386세대의 역할과 노력을 깎아내릴 수는 없지만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위도 아래도 신경 쓰지 않는 독선의 성향을 잉태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그건 엄연한 현실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 분야의 권력을 독점 혹은 과점했으며 그 세대는 강고한 카르텔과 네트워크로 강화했다. 이른바 운동권 출신들도 90년대 소련의 몰락을 목격하면서 집단적으로 자본주의로 재빠르게 개종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열성적인 전도사로 변신했다. 마치 블랙홀을 가진 것처럼 그 세대는 거대한 이익의 병영에 집합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 권력과 기회를 나눠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들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정작 청년 세대들을 후보로 뽑지 않는 건 시대에 대한 배신이며 그들이 독점적으로 누린 혜택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이건 시대정신에 대한 역행이다. 시민들이 대놓고 386세대의 퇴진을 요구하는 건 갑자기 정치적 신념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모습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그 세대의 뻔뻔함과 아집 그리고 절제하고 양보하지 못하는 욕망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 점을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꽃도 열흘을 피지 못한다. 386은 이미 그 시간을 훌쩍 넘었다.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세대가 산다. 그 시작은 후배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청년 세대와 3,40대를 과감하게 공천하라! 그래야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민주화 투쟁과 새로운 경제 환경 조성에 들인 공도 인정받는다. 그런 모습 보이지 않고 여전히 독점하려는 관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지금이 기회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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