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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빠짐없이 이웃 배 채워 준 할머니 LG 의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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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빠짐없이 이웃 배 채워 준 할머니 LG 의인상

입력
2019.12.09 11:00
수정
2019.12.09 18:2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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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한결 같은 봉사를 보여준 정희일 할머니. LG복지재단 제공
33년 한결 같은 봉사를 보여준 정희일 할머니. LG복지재단 제공

LG가 지난 33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무료급식봉사를 이어온 정희일(95) 할머니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 정 할머니는 역대 LG 의인상 117명 수상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9일 LG복지재단에 따르면 정 할머니는 1986년 서울 영등포구에 무료급식소인 현재의 ‘토마스의 집’이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급식봉사에 참여했다.

토마스의 집은 당시 천주교 영등포동성당 주임신부였던 염수정 추기경(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성당 인근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행려인 대상 무료 급식소다. 현재도 하루 평균 500여명, 연간 14만여명에 달하는 가난한 이웃들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설립 당시 “영등포 역전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그 분들이 배고프지 않게 밥을 나눌 봉사자를 찾는다”는 염 추기경의 말에 일을 시작했다. 토마스의 집이 재정난 등으로 세 번이나 자리를 옮기는 동안에도 정 할머니는 묵묵히 다른 봉사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게 LG복지재단 설명이다.

실제 정 할머니는 토마스의 집이 문을 열지 않는 목요일, 일요일을 뺀 주 5일 동안 매일 아침 서울 당산동 자택에서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인근의 토마스의 집으로 출근해 새벽부터 장을 보고 음식 준비까지 돕고 있다. 고령인 지금도 오전 8시부터 식탁 청소와 수저 물컵 놓기 등 식사 준비는 물론 식사 이후 간식 봉사에도 일손을 돕고 있다.

정 할머니는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한 끼를 든든히 먹고 몸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봉사를 한 것뿐”이라며 LG 의인상 수상을 거듭 사양하기도 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95세의 나이에도 할 수 있는 한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정희일 할머니의 진심 어린 이웃사랑 정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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