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사태가 6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시위대 중 일부가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대만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NYT는 8일(현지시간)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홍콩 당국에 의한 체포나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우려한 시위대 가운데 200명 이상이 대만으로 피신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특히 지난달 홍콩 경찰이 봉쇄했던 홍콩이공대 시위 현장에서 탈출한 최소 10명의 학생도 비행기 편으로 최근 대만에 도착했다. 피신의 배경에는 부당한 재판 과정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체포 후 성폭행, 고문과 학대 등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체포된 시위대를 변호해 온 한 변호사는 “이들은 벽돌을 던지는 행위로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은 홍콩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이 체포되고 수백 명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NYT는 홍콩 시위대의 대만 피신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비밀 네트워크’의 도움이 있고, 이 네트워크에는 변호사와 목사, 기부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자들과 지원단체들이 시위대의 대만행 항공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만에 거주하는 목사 등이 여권을 빼앗긴 시위대의 대만 밀항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어선은 1명당 1만달러를 받고 홍콩에서 대만으로의 밀항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대의 대만행을 돕고 있는 대만 타이베이의 장로교회의 한 목사는 그동안 중국의 반체제인사 피신을 도왔지만 이번 홍콩 시위대의 피신과 같은 규모는 보지 못했다면서 “1989년 톈안먼 시위 이후 수백 명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피신시킨 비밀 네트워크 ‘오퍼레이션 옐로버드(Operation Yellowbird)’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과도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1국가ㆍ2체제) 원칙을 바탕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일국양제는 수용할 수 없으며 자유민주의 기치 아래 단결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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