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문제 될 땐 장관이 책임질 것”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여당과 군소야당들이 4+1협의체로 예산안 심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8일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국회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주도하는 정부 예산안 심사에 협력하면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을 빼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압박하자, 예산안 처리를 중단시키기 위해 담당 부처를 위협한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업무와 관련해 공무원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국가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겁박을 즉각 중단하라”며 기재부를 엄호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겨 위법을 저지른 여야가 기재부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들에게 살벌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한국당을 제외한 채로) 기재부의 예산명세서 작성(일명 시트 작업) 결과가 나온다면, 추가된 예산 항목마다 담당자를 가려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정치관여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교섭단체인 한국당의 예결위 간사를 제쳐놓고 4+1 협의체가 예산안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 기재부가 협조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4+1 협의체를 두고 “오로지 이해관계에 따라 모여든 정파의 야합으로,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라고 비판했다. 국회법상 근거가 없는 기구의 예산심사인 만큼, 기재부가 실무작업을 하는 자체가 불법행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예결위 활동시한(1일 0시)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예산안을 논의할 합법적 기구는 없는 상태다.

김 위원장의 협박은 거침이 없었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향해 “(예산 작업을) 위에서 시켜서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일상적 공무집행으로 지난 정권의 수많은 공직자들이 교도소 복역 중임을 상기하라”고 경고했다. 또“해당 혐의의 공소 시효가 10년이므로 정권이 바뀌면 본격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전해철 예결위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 위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예산안 처리 저지를 위해 국가공무원을 겁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맹성규, 최인호 의원, 전해철 간사. 연합뉴스.

민주당 예결소위 위원들은“예산을 정쟁 대상 삼아 근거 없이 무리한 주장을 하지 말라”며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의도적인 심사 지연으로 일관하고 협의와 합의, 논의의 장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정당들의 노력을 세금도둑질이라는 저속한 표현으로 폄훼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예산안 심사 파행 책임을 한국당에 물었다.

기재부도 반박 자료를 냈다. 기재부는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정 예산안 마련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정치 운동도, 직권남용도 아니다”라고 논박했다. 국회의 증액 요구에 대한 정부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57조)에 따라 수정 예산안 마련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재부 내부망에 “문제가 제기될 경우 모든 것은 장관이 책임지고 대응할 사안으로, 직원들은 추호의 동요나 위축 없이 국회 심의 마무리 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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