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급 회동서 예산안ㆍ선거법 등 논의 박차
“한국당 새 원내대표와 협상 여지” 빅딜 기대
8일 국회엔 전운이 감돌았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 가칭 대안신당)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단일안 도출을 시도하는 동시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막판 정비했다. ‘9, 10일 국회 본회의 법안ㆍ예산안 일괄 상정 후 연내 순차 처리 시도’라는 시나리오 대로 착착 움직인 것이다. 소외된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빼고 예산안을 처리하려 하는 것을 놓고 “의회 독재”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4+1 공조’를 통해 ‘예산안과 선거법ㆍ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민생 법안을 9일 본회의에 모두 상정해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이 사실상 비어 있고, 한국당이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행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주당 논리다.
‘4+1’ 협의체는 8일 원내대표급 회동을 열어 △내년도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비롯한 민생 법안 등의 순서로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8일 현재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으로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극한 충돌이 예상된다.
‘4+1’ 협의체는 각당의 이해가 갈리는 선거법 단일안과 예산안 수정안의 최종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내년 총선 게임의 룰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지역구 의원 250명, 비례대표 50명 + 연동률 50%’ 안을 놓고 막판 이견을 조율 중이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인사는 “연동률 등을 둘러싼 일부 이견은 있지만 다수의 뜻은 하나로 수렴되는 상태”라며 “9일 오전 중 단일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법부터 처리한다는 시나리오가 ‘4+1’ 협의체와 문희상 국회의장 입장에서 ‘개운한’ 카드는 아니다. 선거법을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다. 또 법안 처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에 앞서 선거법을 상정하는 모양새 자체가 민심의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날 원내대표급 회동에서 ‘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와 막판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여지를 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9일 오전 경선에서 선출되는 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이 전격적인 여야 협상 재개를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태도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협상 가능성을 즉각 일축할 경우, ‘4+1’는 한국당을 뺀 강행 수순을 밟을 명분을 쌓게 된다.
여야는 이 때문에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9일 ‘막판 극적 빅딜’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9일 본회의에서는 예산안과 민생 법안만 우선 처리하고, 11일 이후 임시회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놓고 본격 논의하거나, 그 사이 다시 합의안을 고민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의장실 역시 ‘여야가 다툴 땐 다투더라도 9, 10일 예산안과 민생법안부터 처리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을 놓고 논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의 상정 순서는 의장 고유의 권한이나, ‘4+1’ 협의체 같은 의회 다수를 구성하는 정파의 협의체에서 공감대를 만든 안을 주장한다면 이를 의장이 전격 수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과의 협상 재개를 통해 9, 10일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부터 하고, 이후 임시회 일정을 활용해 선거법 등의 쟁점을 다시 논의할 시간을 버는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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