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주요 노동단체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에 이어 오는 10일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총파업과 전국 집회를 예고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80만6,000여명이 참가한 5일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멈춰서는 등 이미 전국이 마비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부 노동단체들은 연금 개혁 철회를 목표로 시위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AFP통신과 현지 언론들은 8일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 관련부처 장관들을 만난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 주재 장관회의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에 나섰던 ‘노란 조끼’가 가세한 전날 시위로 파리 시내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대규모 충돌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인 연금체제 개혁을 강력 반대하는 이유는 현재 62세인 연금 수령 연령이 64세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42개나 되는 복잡한 퇴직연금체제를 간소화하고 포인트제에 기반한 새로운 국가연금체제로의 개편을 2025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연금 수령 최소 연령은 62세로 유지하지만 64세 이후 퇴직하는 이들에게는 연금액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포인트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단일화를 앞세워 민간보다 유리하게 적용되는 프랑스 공공부문의 ‘특별연금’에 제동을 건 데 대한 반발도 크다. 프랑스의 프랑스 국영철도(SNCF) 운전사의 평균 퇴직연령은 53.3세이고, 파리교통공단(RATP)과 전력공사(EDF)는 각각 55.7세, 57.7세다. 지금은 조기에 퇴직해도 퇴직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데 퇴직연금체제가 민간부문과 단일화되면 은퇴연령이 62세로 높아져 연금 수령총액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 연금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 제도가 유지되면 연금 적자가 2025년까지 172억유로(약 22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총파업을 1995년 연금 개혁 파업에 비교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도 연금 개혁을 시도했다가 국민들의 반발로 레임덕에 빠진 적이 있다.
프랑스 정부가 오는 11일 연금 개혁 세부안을 발표하면 노동계의 반발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는 완전 철회를 목표로 지원금 조성에 나서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