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환경평가 무산ㆍ주민 반발도 계속
中 왕이 방한 영향… 정부, 속도 조절할 듯
2017년 봄에 시작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부지 환경영향평가 진행이 더뎌서인데, 주민 반발 등 걸림돌 탓에 현재 ‘임시 배치’ 상태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레이더가 자국 감시용이라 의심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을 미루고 있는 중국이 변수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상당히 진척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북 성주군의 사드 기지 부지(70만㎡) 대상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이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토대로 사드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고 평가 작업이 내년까지 이어질 게 확실한 만큼 임시로 배치된 현재 사드 상태는 내년에도 당분간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일정이 지연된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의 활용 방안이 담긴 사업계획서가 필요한데, 주한미군 측이 올 2월 중순에야 계획서를 제출했고 보완까지 마무리된 건 3월 말이 돼서였다. 전반적 평가 계획을 담은 평가 준비서 작성이 양국 간 협의로 최근 거의 완료됨에 따라 평가를 주도할 평가협의회 구성 절차에 들어갔다는 게 정부 관계자 전언이다.
“향후 절차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게 정부 얘기지만 사실상 난관은 지금부터다. 지역 주민 반대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6개 단체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모든 사드 배치 절차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대표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가 협의회에 들어가게 되는 데다 주민 대상 설명회나 공청회를 잡기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해 환경부와의 협의 단계까지 이르려면 적잖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정부가 진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리 측 인사들의 시 주석 조기 방한 요청에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 식으로 반응한 건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시 주석 방한을 성사시키고 싶으면 사드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뜻이라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때문에 최종 배치 결정을 정부가 서두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임시 배치 상태에서도 사드를 작전 운용하는 데에 별 문제가 없고 8월 시작된 기지 내 장병 주거 시설 생활 환경 개선 공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황 근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올해 국방백서에서 중국이 사드의 전략적 위해(危害)를 다시 한 번 언급하고 보복 조치도 완전히 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사드를 고정 배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배치 일정이 계속 미뤄지는 데 대해 미국의 불만도 적지 않을 터여서 정부 입장이 난감할 듯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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