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자율적으로 포장하는 데 쓰는 종이박스를 없앨지 유지할지를 놓고 업계와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내년 1월 1일부터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한 데 대해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재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환경부는 당초 2020년 1월 1일부터 매장 내 자율포장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대형마트 4개사가 환경부와 맺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협약에 따른 조치다.

마트 내 자율포장대는 비치돼 있는 종이박스와 테이프, 노끈 등을 이용해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물품을 자율적으로 포장해 가는 공간이다. 대형마트에서 플라스틱 봉투가 사라지긴 했지만, 자율포장대 운영으로 여전히 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그러나 자율포장대마저 사라지면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더욱 커질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량의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엔 장바구니 한두 개만으로는 운반이 번거로운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5만원어치 이상만 구매해도 장바구니에 물건이 다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율포장대만 없애는 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막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면 배송 포장에 따른 폐기물 발생이 늘면서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칠 거란 주장도 나온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최근 매장 안내문을 통해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 방침을 알리며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환경보호 취지는 살리면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할 계획”이라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마트 역시 자율포장대 중단에 대해 “환경부와 협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자율포장대에서 나오는 종이박스 자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종이박스를 포장할 때 쓰는 테이프나 노끈이 워낙 많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종이상자는 계속 제공하되 테이프나 노끈을 없애는 방안, 일부 지역에서만 종이상자를 없애는 방안 등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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