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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북-러와 ‘북방의 이순신’ 흔적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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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북-러와 ‘북방의 이순신’ 흔적 찾는다

입력
2019.12.08 15:55
수정
2019.12.09 09:4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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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해빙 역할도 주목

이순신장군 북방 유적 발굴지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순신장군 북방 유적 발굴지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울시가 북한, 러시아와 함께 이순신 장군 북방유적 발굴에 나선다. ‘해전의 신’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은 녹둔도 둔전관 시절 막강한 여진족을 물리칠 만큼 육지 전투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이 장군의 첫 북방유적 발굴이 경색된 남북 관계 국면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민간단체인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이하 역협)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협조를 얻어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북방 유적지에 대한 남북 동시 발굴에 최초로 나선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지역은 현재 러시아 영토인 연해주 하산군(옛 녹둔도)과 북한 내 함경북도 나선시 일대다.

이번 발굴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뜻 깊은 한편 러시아와 남북을 철도로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배후 기반 조성에도 큰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관계 개선 시 ‘경협 재개 1호 사업’으로 꼽힌다.

서울시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발굴은 러시아가 남북 사이에서 다리를 놓으면서 지난 8월 가시화됐다. 이순신 장군의 유적 발굴로 민족 정기와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공감대가 남북간 이뤄졌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북측에서는 우리 문화재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이, 러시아에서는 극동연방대학과 공공기관인 러시아군사역사협회가 참여한다.

다만 현재 남북 교류가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을 감안해 ‘한러 분과’와 ‘북러 분과’로 구분해 진행한다. 발굴은 공동 추진하되 남북이 직접 만나지는 않으면서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가 구역을 나눠 발굴하는 식이다.

발굴 작업은 내년 3월 옛 녹둔도 일대부터 시작한다. 북한 영토 내 나선시 일대 발굴은 그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출입 허가를 받아 녹둔도 발굴부터 먼저 시작한다”며 “나선시의 경우 남북 정세가 좋아져 동시에 발굴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일단 녹둔도 다음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선시에는 1587년 조산보(나선시) 만호 겸 녹둔도 둔전관으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여진족을 물리치고 세운 공적비(‘승전대비’)와 이순신 사령부가 있던 조산진성이 현존한다. 옛 녹둔도 지역에도 전투 현장인 녹둔토성이 존재한다는 기록이 여러 고문서에 남아있다.

발굴 조사를 위한 준비 단계로 남북과 러시아는 사전 조사와 현장답사, 국제학술회의를 모두 마쳤다. 이달 1일과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러시아 측은 지난해와 올해 녹둔도 사전 조사에서 발굴한 조선 시대 백자 조각 등 출토 유물들을 전시했다. 남측은 출토 유물을 3차원으로 스캔해 내년 발굴조사 착수 전까지 국내 조선 시대 유물들과 비교 분석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녹둔도 유적 발굴 사업을 위해 역협에 총 8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전액 250억원 규모로 조성된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충당한다.

황방열 시 남북협력추진단장은 “이순신 장군의 북방유적 조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남ㆍ북ㆍ러 참여로 개최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대내외 정세가 개선돼 빠른 시일 내 남북이 공동으로 나선과 녹둔도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발굴조사를 추진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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