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내년에 자동차보험료를 5%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계는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이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두 차례 올린 데다가 실손보험료 인상도 추진하고 있는 터라 당국이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7개사가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대형사는 4∼5% 인상안을, 중소형사는 5∼6% 인상안을 제출했다. 보험개발원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인상 요인을 분석해 검증 결과를 2~3주 이내에 각 보험사에 회신한다. 검증 결과는 인상안 적절성 여부만 판단할 뿐 ‘몇 % 인상이 적당하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요율 검증을 신청한 KB손해보험은 이번 주 중 인상안의 적정 여부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는 이후 인상된 요율을 전산에 반영해 내년 초부터 책임개시일이 시작되는 자동차보험에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10% 인상 요인이 있는 만큼 보험료 5% 인상은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원칙상 보험료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국의 방침이 반영된다. 앞서 한 대형사가 금융당국과 10% 인상안을 협의했다가 ‘퇴짜’를 맞은 바 있다.
업계는 올해 두 차례에 이어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재차 올려야 하는 근거로 높은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을 들고 있다. 11월 잠정 집계 기준 삼성화재(100.8%), 현대해상(100.5%), DB손해보험(100.8%), KB손해보험(99.6%) 등 대형사마저도 손해율이 100%를 넘겼거나 100%에 육박했다. 보험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감안했을 때 적정 손해율은 80%로 추정된다. 손해율이 이보다 높으면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났음을 의미한다.
올해 1∼10월 손보업계의 누적 손해율이 9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영업적자는 1조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79억원 늘었다. 통상 겨울철에는 교통사고와 차 고장이 빈번해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올해 연간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방진료 급증과 정비요금 인상도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한방 경상환자가 전년 동기보다 26.1% 증가했고 1인당 치료비도 7.9% 올랐다. 1인당 양방 치료비가 0.5% 떨어진 것과 대조적인데,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한방 치료비 증가의 주요인으로 추정된다. 또 자동차 정비 공임 상승으로 1∼3분기 자동차 1대당 공임ㆍ도장료가 전년 동기 대비 10.5% 올랐다.
손보업계는 보험료 인상에 앞서 비용 절감 노력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1~9월 보험료 수입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7.5%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떨어진 점이 업계가 제시하는 대표적 근거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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