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경기 광주시 도척면 궁평리 ㈜아람 공장 입구. 10m 높이의 20여년 된 밤나무가 도로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공장 컨테이너 차량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한 달 전 공장을 이전한 아람 측은 나무를 베어내려고 했지만 국유지여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람 측은 광주시 ‘기업SOS팀’에 민원을 넣었고, 기업SOS팀은 시 산림 당당 부서와 산림청 등에 문의해 “위험수로 분류되니 철거해도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는 다음달 중 나무를 베어 낸다는 계획이다. 수년째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아람 등 인근 기업들의 규제 아닌 규제가 한 달여 만에 해결된 셈이다.
A업체도 ‘기업SOS팀’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A업체는 지난해 말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유해화학물취급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 받았다. 2015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평가에관한법률 등으로 세분화 되면서 유해화학물사용업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A업체는 벌금을 납부한 뒤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기업SOS팀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현장 실사에 나선 기업SOS팀은 해당 업체가 수도법이 정한 유화거리(상수원보호구역 경계로부터 20㎞ 이내)와 국토계획법상 계획관리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법에 따르면 화학제조시설인 A업체는 입지가 불가능했다. 국토계획법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어 쉽게 해결이 가능했지만 문제는 수도법이었다. 기업SOS팀도 해결이 쉽지 않자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과 경기도 감사관실의 사전컨설팅 등에 상담을 의뢰한 뒤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그 결과 ‘기존 업체는 수도법과 무관하게 입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경기 광주시 ‘기업SOS팀’의 현장중심 행정이 기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광주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개발제한구역·수도권정비권역 등 중첩 규제로 건물 하나 증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업의 애로사항이 늘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부장 포함 부서원이 3명에 불과한 SOS팀이 복합민원(타 부서 2개 이상, 정부 부처와 연관된 업무)이 제기되기만 하면 즉각 현장으로 출동해 원인분석에 나서는 모습이 기업인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SOS팀에 들어오는 민원은 연간 200여건이다. 상담수준까지 합하면 1,000건이 넘는다. 물론 처음부터 신뢰가 쌓인 것은 아니다. “시에 민원을 제기해 봐야 미운털 만 박힌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기업들이 외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사소한 상담까지 물어 볼 정도라고 한다.
광주시가 이처럼 기업SOS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각종 규제로 기업유치는 힘든데 거꾸로 기존 기업들의 이탈은 늘고 있어서다.
도시개발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대 이전부터 광주시 곳곳에는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후 각종 규제가 도입되자 공장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공장 등이 떠나면서 해당 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빚어졌고 뒤늦게 기업을 붙잡자는 심정에 기업SOS팀을 조직해 활동한 것이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기업SOS팀의 현장 민원 해결은 경기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07년부터 시작된 경기도 기업SOS 운영평가에서 2007~2008년, 2010~2017년 등 11번 중 10번이나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평가기준이 바뀌면서 2등을 했다.
석태훈 시 기업SOS팀장은 “지자체 입장에서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잡아야 한다는 심정이 강했고, 기업이 타지역 등으로 이주하면 해당 지역은 공동화가 돼 너무 안타깝다”며 “광주에서 애향심을 갖고 고용창출 등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은 물론 민원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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