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6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관련 첩보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청와대 해명에도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이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야권에서 입수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란 제목의 4쪽짜리 첩보 문건을 공개하며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할 정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울산경찰청에 관련 수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는 검찰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문건은 청와대 문모 행정관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제보 받아 작성한 것으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경찰로 이첩됐다. 원본은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이다. 1쪽 분량은 김 전 시장과 측근들이 지역 건설업체 사장과 유착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이던 박모씨 인사 비리 의혹과 김 전 시장의 형ㆍ동생 관련 비리 의혹 내용이 2쪽 분량이고, 나머지 1쪽은 박 비서실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의 소프트웨어 제품 구매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다뤘다.
홍 대변인은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이 지역에서 떠돌고 있다, 의혹이 상당하다’는 정도의 제보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청와대가 하명을 해 수사하게 했거나 수사를 유도하는 법률적 내용이 없고, 경찰이나 검찰이 어떻게 무엇을 하라고 한 내용도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지역 사회에서는 문제가 된 사건으로, 마치 청와대에서 문건이 내려간 이후에 수사가 시작된 것처럼 하는 것은 아주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다가 숨진 수사관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고서도 입수했다고 밝혔는데, 그는 “김 전 시장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대변인의 입수 경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홍 대변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만큼 경찰로부터 문건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 달 정도 전후한 시점에 개인적 차원에서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송 부시장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문건의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던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송 부시장이) 동의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입장을 바꾼 뒤 홍 대변인이 첩보 문건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문건 출처가 청와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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