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기관총 무차별 발포 장면 담긴 영상도 입수”
트럼프 행정부, 의회에 ‘대이란 제재 강화’ 요구 방침
국방부도 ‘이란 위협 대응’ 위해 중동에 추가파병 검토
이란에서 지난달 중순 반(反)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불과 20여일만에 1,000명 이상의 시민이 정부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의회에 대(對)이란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중동지역에 최대 7,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랜 앙숙인 미ㆍ이란 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대이란특별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 현지 상황이 담긴 3만2,000건의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살해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란 남서부 마샤르시 인근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거리를 점거한 시위대를 추적해 둘러싼 뒤 트럭에 장착된 기관총으로 마구 쏘아댔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건만으로도 100명 이상이 죽었다”며 “IRGC는 시신 반환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공개 장례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IRGC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이란인권센터의 하디 가메이 소장은 “확실한 건 이란 정부군이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겠지만 확인된 건 200명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5일 정부의 유가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점차 반정부 색채를 띠면서 전국 100여곳으로 확산된 상태다. 도시 출신 젊은 노동자가 대다수인 시위대는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권력을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적대국과 이들 국가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이 폭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알리레자 미르유세피 유엔대표부 대변인은 미 국무부 발표에 대해 “순전히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훅 특별대표는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한 책임이 있는 이란 정부 관리들을 외교적으로 격리하고 제재해야 한다”며 미 의회에 대이란 제재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해군 함대가 지난달 25일 아라비아해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부품을 적발해 압류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가 이란 위협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추가파병을 검토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이날 상원의원들에게 “이미 올해 미군 1만4,000명을 증원했고 추가파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국방부 관리들은 최대 7,000명 증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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