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건설업자 증언… “2017년 국민신문고에 원청갑질 진정
‘金 후원금’ 건넨 내용 담겨 있어 느닷없이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받아
송병기 ‘金비위 靑 제보’ 시기와 일치… 경찰 ‘자체 첩보로 수사’ 입장과 달라
울산경찰청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60) 당시 울산시장 관련 사건들을 표적ㆍ하명수사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김 전 시장 ‘쪼개기 후원금’ 사건 역시 경찰이 내사 단계부터 김 전 시장 비위만 선별해 수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지역 건설업자인 A씨는 2017년 8월 국민신문고에 원청업체 B사의 갑질 행위를 고발하는 진정을 접수했다. 2011년 B사가 울산 지역에 공장을 신축하는 공사에서 A씨의 업체가 하청을 받게 됐는데, B사가 수십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연이었다.
그러나 정작 A씨는 이 진정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올해 2월 기소됐다. 진정인인 A씨가 느닷없이 수사를 받게 된 것은 그의 진정 내용에 A씨가 B사를 돕기 위해 김 전 시장에게 후원금을 보낸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본보와 만난 A씨는 “경찰이 원청 갑질 수사는 뒷전이었고 후원금 수사만 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B사의 공장 신축 사업이 인허가를 받지 못해 중단될 위기에 나서자,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 간사를 지낸 김 전 시장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다. A씨는 원청인 B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김 전 시장 측에 2,000만원의 후원금을 건넸다. A씨는 1인 후원 한도가 500만원인 점을 피해, 7명의 명의로 후원금을 나누어 납부했다.
A씨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진정을 낸 적이 없는데도 조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A씨를 조사한 것은 2017년 10월 초로,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문모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제보를 전달한 시기다. A씨는 “경찰에 출석했더니 후원금 자료를 요구하기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는 김 전 시장 친척들과 후원금 납부자 등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다. 갑질 의혹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사건 중 불법 후원금 사건은 자체 첩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강조해 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첩보가 하달된 사건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사건 단 한 건에 불과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경찰이 진정 내용 중 김 전 시장 부분만 도려내 첩보를 수집하고 수사를 벌였다면, 하명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팀은 “A씨 진정서를 보고 수사한 것이 아니라 A씨가 1인 시위를 하는 등 사건을 외부에 알려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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