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OTT 등장 속에서 넷플릭스 전선 ‘확대일로’
지난 1월 24일 넷플릭스의 한국 첫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 공개를 하루 앞두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넷플릭스 로고가 행사장 창문에 붙어 있다. 뉴스1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통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장 이후 KT가 자체 OTT ‘시즌’으로 맞불을 놨다. 그 사이 각자의 OTT 서비스를 합치는 과정에 있는 CJ ENM(OTT 서비스명 ‘티빙’)과 JTBC는 글로벌 강자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LG유플러스가 연합전선에 뛰어들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능력, 막강한 투자력,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유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형 연합이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 ENM은 최근 넷플릭스에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1,080억원 규모의 주식 140만4,818주(4.99%) 매도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주주가 됐으며 주주관계로 묶인 CJ ENM과 넷플릭스는 내년부터 3년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같이 제작해 전 세계에 서비스하는 동맹을 맺게 됐다.

지난달 25일에는 넷플릭스와 JTBC의 자회사 JTBC콘텐트허브가 3년간의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JTBC와 넷플릭스는 향후 20여편의 드라마를 공동으로 제작한다. JTBC는 작년 ‘SKY 캐슬’,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 ‘라이프’, ‘나의 나라’ 등 드라마를 넷플릭스 플랫폼에 태워 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통합 OTT 출시를 위해 합작 법인 출범을 준비 중인 CJ ENM과 JTBC.

한국 시장 진출 초반 한국형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넷플릭스가 거침없이 한류 콘텐츠를 수급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 JTBC콘텐트허브 등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형식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해 자사 플랫폼에 얹어 콘텐츠 라인업을 탄탄하게 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지상파3사 통합 OTT ‘웨이브’.

국내 시장의 경우 OTT가 휴대폰 요금제에 가입할 때 무료 부가서비스 형식으로 제공되던 터라 기본 가입자 기반은 이동통신 3사가 쥐고 있었다. SK텔레콤이 재빠르게 지상파와 손잡고 통합 OTT ‘웨이브’를 내놨고 10월 기준 140만명을 돌파하면서 넷플릭스(가입자 200만명으로 추정)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당초 웨이브에는 KT와 LG유플러스도 합세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실제 지분 참여 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후 KT는 자체 OTT ‘시즌’을 내놨고 아직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쪽은 LG유플러스다.

KT 자체 OTT ‘시즌’.

이미 LG유플러스는 인터넷(IP)TV 서비스에선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CJ ENM과 JTBC 합작법인 출범에 LG유플러스가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 애플 등 후발 사업자들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기반을 튼튼히 잡고 있어야 하는 넷플릭스는 한국을 특별히 챙기고 있다”며 “워낙 콘텐츠 가치가 높다보니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연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약 1억6,000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선 넷플릭스와 ‘웨이브’, ‘시즌’ 등 비(非) 넷플릭스로 전선이 굳어지는 모양새이지만 결국 넷플릭스 연합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를 아시아 등 해외로 유통시키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 ENM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미스터 선샤인’ 등을 제작할 때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았고 자체 채널과 넷플릭스에 동시에 공급했다. 지상파도 연간 두 작품 정도씩 넷플릭스 투자를 받고 있다. 당연히 웨이브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해당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토종 서비스로 대응하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대립하며 버티기 보다는 넷플릭스 거대 플랫폼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며 “넷플릭스판 생태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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