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예방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 5일 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해 한중 외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부흥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패권 의식을 내비치는가 하면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 “강권정치” 등의 비난을 쏟아냈지만 한중 관계에서는 사드 문제 등의 앙금을 털어내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에 공감대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현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한중 양자 회담이 있었지만 불편한 양국 관계가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사드 문제는 기지 완성과 추가 배치가 양국 간 ‘뜨거운 감자’다. 중국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로 주시하는지는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양국이 사드 등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우리 정부 설명에 없던 내용을 일방적으로 언급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민감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관심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 하순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맞춘 한중 정상회담, 내년 봄 시 주석의 일본 방문 즈음으로 추진 중인 방한을 한중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사드 갈등 이후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한한령(限韓令ㆍ한류금지령) 문제도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문화콘텐츠와 관광 분야 교류 협력 활성화”로 풀리기를 기대할 만하다.

다만 왕 부장이 방한 기간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방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간접적으로 중국 편들기를 유도하는 상황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나 기업은 당장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 양국으로부터 이런저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중대 현안으로 부상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압박이 노골화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안보공동체로서 한미 동맹의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한다는 균형 외교, 중립 외교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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