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은 경제의 거품 여부를 재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그랬다. 막대한 무역흑자와 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 부문 대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에 몰렸다. 그 결과 87년 일본 증시 시가 총액은 미국 증시 총액을 넘어섰고, 땅값도 까마득히 올랐다. “도쿄 땅만 팔아도 미국 땅 전체를 산다”는 말이 나돌았다. 일본인들은 의기양양했지만, 과도한 경제거품은 결국 터지면서 혹독한 장기 불황을 낳았다.
□ 주가는 몰라도, 부동산만큼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과거 일본형 거품 우려가 나온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남한) 전체 토지가액 비율은 420%에 달했다. 당시 일본 땅값이 연간 GDP의 216%, 독일이 125%, 프랑스 258%로 평가됐던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생산력 대비 땅값 수준은 엄청나게 높은 셈이다. 그런데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최근 이 조차도 실제보다 낮게 조작돼 평가된 가격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 우리나라 전체 땅값은 공시지가 총액에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반영해 추산한다. 2018년 말 기준 공시지가 총액은 5,519조 원이다. 국토부가 밝힌 현실화율은 64.8%다. 전체 시가가 약 8,500조 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실련은 국토부의 현실화율 자체가 땅값을 축소 조작한 수치라고 주장한다. 경실련이 자체적으로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 토지 등 전국 132개 필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조사해보니 평균 4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 경실련은 이를 근거로 현재 전국 땅값은 2018년 우리나라 GDP(1,750조 원)의 6.5배인 1경1,500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민간 보유 땅값이 40년 동안 29배 올랐으며, 특히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가장 많이 올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경실련 발표는 국가통계를 임의로 수정ㆍ추정한 비합리적 주장”이라며 경실련이 주장한 공시지가 현실화율 43%를 전면 부정하고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부 입장과 달리, 시중에서 정부 공시지가에 대한 불신은 크다. 양자 간 ‘맞짱 토론’이 열린다면 현실화율 64.8%와 43% 중 어떤 게 더 타당한지라도 철저히 따져보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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