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축구 K리그에서 대구는 우승경쟁을 펼친 전북과 울산만큼 큰 성과를 냈다. 비록 우승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도 이루지 못했지만, ‘대팍’이란 애칭이 붙은 새 홈 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무려 9차례 매진을 기록하며 K리그 흥행 돌풍의 중심에 섰다.
부산과 경남의 승강 플레이오프(PO)가 열린 5일 부산 구덕운동장 인근 찻집에서 조광래 대구FC 대표를 만났다. 그는 K리그1과 K리그2 격차가 얼마나 좁혀졌는지 확인하고자 승강 PO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한 시즌을 평가해달라는 부탁에 조 대표는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100% 만족할 순 없었다”고 했다. 어떤 점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묻자 “20%정도 아쉬웠는데, 전반기 ACL을 치르는 등 빡빡한 일정 탓인지 후반기엔 부상 선수들이 많았고, 경기 스피드도 크게 떨어졌다”는 냉철한 진단이 돌아왔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에겐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대구축구는 더 재미있어 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2020시즌 ACL 진출권을 따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조 대표의 구상이다. 내년 선수단 구성이 현재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그는 “올해보다 더 빠른 템포의 축구가 시즌 막판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내년엔 한 차원 더 향상된 축구로 당장 우승까진 아니더라도, ‘곧 우승할 팀’ 정도의 실력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바랐다.
‘자체평가’에 박한 점수를 주는 그가 유일하게 100점을 준 쪽은 마케팅이다. 조 대표는 “직원들이 연구도 많이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며 “경기 날 경기장 밖을 돌아다녀보면 유럽축구 못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뿌듯하다”고 했다. 의미 있는 수확도 거뒀다. 대구는 지난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팬 만족도를 보인 팀에게 수여되는 팬 프렌들리 클럽과 관중수가 크게 증가한 팀에 주어지는 플러스 스타디움상을 수상했다.
올해 ‘대팍’은 19차례 홈경기 가운데 9차례가 매진된 가운데 평균관중 수는 전년 대비 305%나 급증해 인기를 실감했다. 새 구장 건설과 함께 인근 시설이 정비되고, 주변 상권도 확 살아나면서 축구가 지역경제에도 한 몫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연말엔 구단 마스코트 ‘리카’의 인기까지 치솟으며 구단상품 구매 열기도 뜨거웠다. 조 대표는 “리카는 정승원이나 김대원 같은 대구FC의 얼굴”이라며 “선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올해로 대구 대표를 맡은 지 만 5년을 넘긴 조 대표는 ‘롱런’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를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명확한 답을 내놨다. 그는 “당장 내가 몇 년 뒤 물러나겠다는 얘기를 하기보다, 하나의 목표 정도는 내놓고 싶다”고 말하면서 “대구가 K리그 우승하는 걸 한 번 보게 된다면 (거취에 대한)생각이 더 편해질 것 같다”며 웃었다.
부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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