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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61> 케냐-소말리아 해상경계선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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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61> 케냐-소말리아 해상경계선 싸움

입력
2019.12.06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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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선은 소말리아가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이고, 빨간 선은 케냐가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이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회색 역삼각형 수역의 소유권이 결정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파란 선은 소말리아가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이고, 빨간 선은 케냐가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이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회색 역삼각형 수역의 소유권이 결정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아프리카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소말리아 부근 인도양에는 국적이 모호한 10만km²넓이의 역삼각형 수역이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대규모 참치어장도 형성돼 있는 자원의 보고여서 소말리아와 인접국 케냐의 해상경계선 싸움이 치열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내년 6월에 있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최종 판결에서 이겨도 고민이고 져도 고민인 상황이다.

애초에 이 수역의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행사해온 나라는 케냐였다. 케냐는 1979년 이 수역을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시켰다. 그러다 2014년 소말리아가 ICJ에 케냐를 제소하면서 분쟁지역으로 변했다. 소말리아가 뒤늦게 해상자원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결과다.

소송의 쟁점은 육지 국경의 연장선상인 해상 국경을 어디로 보느냐다. 소말리아가 주장하는 해상 국경은 영토 남단 국경의 연장선이다. 이에 비해 케냐는 해상 국경 시작점의 위도에서 평행하게 해상 국경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상 국경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해상 광구의 소유권이 바뀌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케냐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 스파에게 해상 광구 개발권을 위임한 상태다. 미국은 자원 개발사업 참여를 의식해 1억달러 규모의 무역협정을 맺은 케냐의 편을 들고 있다. 반면 영국은 우후루 케냐타가 케냐 대통령에 당선된 뒤 관계가 소원해지자 소말리아를 새로운 자원 개발 파트너로 상정해 지원하고 있다.

ICJ의 판결이 나오면 형식적으로는 양국 간 영토분쟁이 일단락되겠지만 곧바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케냐와 소말리아가 테러조직 알샤바브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동맹국 입장이기 때문이다. 소말리아군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케냐는 미국과 함께 소말리아에게 가장 중요한 군사 동맹국 역할을 하고 있다. 영토분쟁으로 군사 동맹이 흔들린다면 당장은 소말리아가 큰 타격을 받겠지만 그 타격이 케냐로 옮아갈 가능성도 상당하다. 알샤바브 측이 지난 9월 지도자 아메드 디리예의 음성메시지를 통해 케냐를 비난한 건 이를 의식해서다.

소말리아가 승소할 경우 케냐가 직면할 도미노 영토분쟁도 문제다. 케냐와 남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탄자니아를 포함해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이 자국의 오랜 요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동아프리카 해안 국경선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높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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