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덕질’로 재테크에 성공하자고 거리낌없이 주창하는 이가 있습니다. ‘부자 언니’로 잘 알려진 자산관리사 유수진(44)씨입니다. 유씨는 네이버 카페와 저서, 강연을 통해 ‘경알못(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커피값을 줄이라고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소소하지만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경제 꿀팁’을 알려줘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청약통장 뭔지는 알고 드니’, ‘10만원대 월세 구하는 법’ 등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보들 말입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점.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욜로(You Only Live Once)’에 가까운 밀레니얼 세대가 ‘20대만 할 수 있는 재테크’ 영상을 꼬박꼬박 챙겨 보는 건 얼핏 모순적으로 보입니다. 속물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유씨의 소소한 재테크 영상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욜로와 경제 강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공존할 수 없는 걸까요

[저작권 한국일보] 부자언니 유수진 - 송정근 기자

◇경제라는 게임의 룰을 배운 적이 없다

피곤한 칸트(이하 피칸)=주위에 유수진씨 영상을 보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나도 몇 번 유튜브 통해 봤는데 생각한 것보다 소소한 내용의 영상이야. ‘건물주가 되는 팁’, ‘부자가 되는 게임의 룰’ 등 제목은 거창한데, 실제로 알려주는 내용은 주로 기초적인 경제 상식이더라고.

날아라펭수(이하 날펭)=다들 그 기본적인 지식에 목말라서 영상을 보는 건 아닐까. 정말 저 영상만 보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구독하는 건 아닐 거야. 의외로 예금과 적금도 구별 못할 정도로 경제에 무지한 대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어. 영상에서 건물주 되는 방법을 알려줄 때 물가 변동률을 반영 안 하는 등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으니 너무 맹신하면 안 되겠지만, 기본적 지식을 배우는 데는 더없이 유용해.

마이마이=나는 실제로 주택청약 들 때 도움 많이 받았어. 어른들이 청약 미리 들어놓으라고 말할 때 청약이 뭔지 몰랐었거든. 그런데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영상이 있더라고. 주택청약이 뭔지, 얼마씩 넣는 게 좋고 나중에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알려주잖아. 영상 보고 청약 하나 들었지.

배부른 소크라테스(이하 배테)=우리는 경제나 재테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적었잖아. 어른들은 늘 ‘애들은 아직 이런 거 몰라도 된다’며 가르쳐주지 않아. 심지어 대학생이 된 후에도 내 앞으로 청약통장이 있었는지,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조차 몰랐어. 엄마가 아직 몰라도 된다고, 나중에 사회생활 하면 알려주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사회 초년생이 되자마자 바로 능숙하게 돈을 관리하고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마음은 급한데 주변 어른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내가 직접 찾아보게 되는 거지.

피칸=완전 동감. 유씨가 영상에서 ‘투자가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자본주의라는 게임에는 룰이 있다’고 말한 걸 본 적이 있어. 그러면서 게임의 룰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은 매번 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이 그 룰을 알려주겠다고 강조해. 다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법을 배우려고 보는 것 같아.

할많하않=어른들의 태도가 모순적이야. 미래를 위해 돈을 모아두라고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조언하면서, 정작 경제문제는 어른들이 알아서 한다고만 하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잖아.

배테=우리를 온실 속 화초처럼 대하면서 막상 온실 속 화초처럼 굴면 되게 한심하게 생각하는 거지.

◇재테크 관심은 생존을 위한 것일 뿐

피칸=어쨌든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면서 이래저래 고민이야. 나는 슬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적금을 알아보고 있는데, 다들 어때.

배테=나는 취업준비를 위해 돈을 모으면서 돈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도 관심 있게 찾아보는 편이야. 친구들이랑 고민을 주고받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 우리가 좋은 직장 들어가서 초봉 350만원씩 받는다고 가정해도, 10년 이상 모아야 집 하나 살 수 있지 않냐는 우울한 얘기를 종종 했거든. 그래서 돈을 최대한 불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주식투자 등 재테크라고 생각하는 거지. 주변 사람 중에서도 적은 돈으로 주식 연습을 하는 사람이 많아.

마이마이=우리가 대단히 잘 살겠다고 재테크 연습을 하는 게 아니잖아. 시대가 바뀌면서 돈 버는 방법이 제한되고, 그렇다고 ‘시드머니’가 많은 것도 아니고. 푼돈으로 돈 조금 불리는 거지 뭐.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조금씩 재테크나 돈 관리에 관심을 안 둘 수가 없어.

할많하않=나는 비트코인을 해본 적이 있어. 많이 넣은 건 아니고 적은 돈으로 해본 건데 용돈 벌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관심 갖다 보니까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도 계속 체크하게 되더라고.

날펭=돈 벌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다가 주변에서 비트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덩달아 투자하는 것 같아.

미트볼 샌드위치(이하 미트볼)=그런가. 오히려 나는 그때 비트코인을 절대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뉴스에서 계속 안 좋은 소식도 들리고, 인터넷에도 한강 같이 가는 사람 구한다는 글이 빈번하게 올라왔잖아. 비트코인 잘못하면 ‘사회 초년생 절망 편’ 찍겠다 싶어서 근처에도 안 갔지. 난 티끌 모아 티끌 주의자야. 꼭 필요한 청약이나 저축 위주로 준비하고 있을 뿐이야. 지금은 재테크 대신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 같은 경우는 카메라 렌즈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해.

날펭=나도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어. 먹고 싶은 걸 다 먹지는 못해도 굶으면서 살지는 않아서 그런가. 부모님보다 돈을 더 벌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먹고는 살겠지 싶은 마음이라 돈을 모으거나 불리는 일은 아직 관심사가 아니야. 지금처럼 계속 혼자 살 거라면 적당한 원룸 구해서 내 월급으로 나 혼자 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돈을 모으거나 부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배테=나는 오히려 최소한 24평 아파트를 내 이름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결국 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도 배우자도 아닌 자본과 자산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지. 부모님도 부모님 재산은 내 재산이 아니라고 못 박으셨거든. 그러니까 최대한 안정적인 자산을 구축해놓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 모로 알아보고 있어.

◇‘욜로’는 아니고 ‘가심비’를 추구해

피칸=그래도 다들 이것저것 재테크도 해보고 계획도 많이 세웠네. 우리 세대가 ‘한 번 사는 거니까 제대로 즐기자’는 ‘욜로’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지만, 실제 우리 삶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할많하않=그런데 왜 우리 세대를 ‘욜로 세대’라고 부르는 거야. 별로 좋은 의도 같지는 않아.

날펭=처음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강했는데, 기성세대가 우리 세대를 규정하는 용도로 쓰이면서 그 의미가 너무 변질됐어. 어른들은 욜로라고 하면 책임을 완전히 팽개치고 살고 싶은 대로만 살겠다는, 극단적인 의미로 생각하잖아.

마이마이=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즐기더라도 공과금 내고, 등록금 내려고 저축도 하고 남는 돈으로 즐기는 거지, 책임은 지지 않고 마냥 노는 게 아니야.

미트볼=나도 돈만 모였다 하면 필리핀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야. 그것만 보면 나를 분명 내일이 없는 것처럼 즐기는 욜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며칠을 제외한 1년의 나머지 시간은 모두 일하고 공부하는 데 쓴다고. 이제 내 나이에는 연금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하고 퇴직도 빨라진다는데 나는 앞으로 뭐하고 살아야 하지, 계속 고민한단 말이야.

배테=맞아.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없이 호화롭게 여행 다니고 비싼 맛집을 찾아 다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아. 여행을 하더라도 계획 없이 즐기지만은 않거든. 여러 사이트를 비교해 항공권 티켓 최저가를 알아보고, 숙소 예약도 혜택이나 할인을 최대한 적용하고, 식사도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주로 저렴한 현지 식당을 가잖아. 주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것일 뿐, 그 안에서도 최대한 아낀다고. 같은 자본이지만 더 효율적으로 즐기는 거니까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해.

날펭=우리가 소소하게 돈을 쓰고 즐기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건가. 지금은 과거보다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졌잖아. 여행도 더 쉽게 갈 수 있고, 맛집도 다양해졌고 말이야. 그럼에도 우리가 과거처럼 허리띠를 졸라맨 채, 누릴 수 있는 것조차 누리지 말아야 하는 건지 묻고 싶어. 나는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우리의 소비 패턴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왜 무조건적으로 절약하지 않느냐’고 내려다보는 것 같아.

할많하않=10년 동안 컵라면만 먹고 살아도 해외여행은 꼭 갔다 오겠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적정선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걸 누리겠다는 건데 왜 우리가 즐기는 부분만 부각하는지 모르겠어. 다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예산을 조절하는데.

배테=우리 세대를 굳이 정의하자면 욜로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라고 생각해. ‘오늘은 즐기고 내일은 망해도 몰라’가 아니라, ‘절약할 때는 절약하고 즐길 때는 즐기자’는 거지.

◇부자? 딱 부모님만큼만 살고파

피칸=그러면 다들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금수저’ 출신보다 잘 벌 수 있을까.

배테=불가능하다고 봐. 내가 개미처럼 24시간 노동하고 돈을 벌어도 태생이 금수저인 사람들은 앉아서 부동산으로 그 돈 이상을 벌 걸.

마이마이=경제학에서 ‘사람이 버는 돈은 돈이 버는 돈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겠어. 그래서 금수저를 굳이 따라잡을 필요는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곤 하잖아.

배테=사실 또래 중에 부자가 되는 걸 기대하는 사람 자체도 많이 없는 것 같아. 다들 중산층 내에서 조금 높은 곳에 턱걸이한 채로 살기를 바라는 정도지. 예전처럼 땅부자나 재벌이 되는 상상은 잘 안 하잖아.

할많하않=부자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음을 너무 잘 아는 거야.

베테=주변에 꽤 잘 사는 친구들조차도 본인들이 엄청난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 나도 엄청나게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부자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날펭=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 어차피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미리 체념한 걸까. 잘 모르겠어. 언론 보도나 주변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부자가 그렇게 부럽진 않았어. 삶의 목표는 행복이고 돈은 수단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부자가 내 목표는 아니야.

마이마이=동감이야. 길 가다가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고민 없이 사먹는 소소한 삶을 지탱할 수만 있다면 충분할 것 같아.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미트볼=난 딱 부모님만큼만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조차도 힘들지 않을까 싶은 거지. 부모님이 억대 연봉은 아니더라도 본인 명의 집과 차를 가지고, 나까지 키워내셨단 말이야. 내가 부모님 나이가 된다면 과연 그 정도 수준으로 살 수 있을까. 과거보다 집값도 올랐고, 취직도 어렵고 당시에 비해 많은 게 달라졌잖아. 목표를 ‘부모님’으로 설정해도, 내 삶의 수준을 부모님 정도로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마이마이=어쨌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네.

할많하않=사실 너무 멀고 허황된 얘기지. 지금 당장 내 명의로 된 한 평의 공간도 없잖아.

정리= 한채영 인턴기자

참여= 김민준, 윤소정, 이미령, 임태형, 정해주 인턴기자

※밀레니얼들이 열광하거나, 주목하는 ‘그들’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인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밀레니얼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혹은 밀레니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둘러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지 방담 형식으로 소개(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밀레니얼들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숙제로 ‘자소서’를 써왔지만, 사실 ‘세대소개서’를 쓸 때는 난감합니다. 세대를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니까요. 그저 좋아하는 ‘인물’, 화제가 되는 ‘인물’을 통해 젊은 개개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보고 듣고 느끼는 점을 있는 그대로 담겠습니다.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