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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40대 관객 북적… 겨울왕국2 1000만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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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40대 관객 북적… 겨울왕국2 1000만 초읽기

입력
2019.12.06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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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곧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올해 5번째 1,000만 영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곧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올해 5번째 1,000만 영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4일까지 누적관객수 916만812명(영화진흥위원회)으로, 상영 3주 차 주말을 맞는 7일 무난하게 1,000만 고지에 도달하고, 8일에는 전편 ‘겨울왕국’(2014)의 흥행 성적 1,030만명도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1,000만 돌파까지 불과 1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겨울왕국2’는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에 이어서 올해 다섯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한 해에 1,000만 영화 5편이 배출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그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알라딘’ ‘겨울왕국2’까지 3편이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배급한 영화다. 디즈니가 올 한 해 영화 시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즈니의 위력은 ‘겨울왕국2’에서 또 다시 정점을 찍었다. 한층 단단해진 엘사ㆍ안나 자매의 우애와 연대가 뒷받침됐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같은 디즈니 배급작이어도 마블스튜디오 영화는 마니아 문화로 소비되는 반면, 디즈니스튜디오 영화는 전 세대에서 지지를 얻기 때문에 파급력이 훨씬 크다”며 “‘겨울왕국2’의 흥행은 보편적 시대 정신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했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에만 매달리는 한국 영화에도 교훈을 준다”고 평했다.

단짝 친구 사이인 안나와 올라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단짝 친구 사이인 안나와 올라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극장가는 엘사 드레스를 차려 입은 어린이ㆍ유아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4일까지 더빙판을 관람한 관객만 267만5,745명에 달한다. CGV에 따르면 20, 30대 관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느 영화들과 달리 40대가 35.2%(1일 기준)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3인 이상 동반 관람 비율이 43.8%로 2인 동반 관람 비율(46.5%) 못지않게 높았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린이 관객 수요는 티켓 구매자인 40대 관람 비율로, 가족 관객 수요가 3인 이상 단체 관람 비율로 나타난다.

극장 밖도 ‘겨울왕국2’로 난리법석이다. 엘사 드레스는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완판돼 이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겨울왕국2’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일상복도 제작 물량의 50%가 팔렸다고 한다. 디즈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한 이랜드리테일 산하 아동 패션 브랜드가 제작한 의류 물량은 75억원 규모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과거 동화 속 공주 캐릭터들과 달리 강인하고 진취적인 엘사ㆍ안나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덜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아이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파란색’(엘사 드레스 색상)을 이젠 여자아이들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 의미를 짚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캐릭터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화 굿즈를 판매하는 CGV 시네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전체 매출액이 전주 대비 973% 상승했다. ‘겨울왕국2’ 굿즈 옆에 진열돼 있던 ‘해리포터’ 굿즈까지 덩달아 주목받아서 매출액이 77%나 늘었을 정도다.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는 점점 진보하고 있다. ‘겨울왕국2’는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성장 서사를 넘어,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바로잡는 여성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는 점점 진보하고 있다. ‘겨울왕국2’는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성장 서사를 넘어,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바로잡는 여성 연대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음악 시장도 요동쳤다.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과 수록곡들은 멜론과 벅스뮤직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일간 차트 10위권에 올라 있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직장인 임동진씨는 “아이가 발음도 어려운 ‘인투 디 언노운’을 날마다 흥얼거리며 극장에 또 가자고 조른다”며 “‘렛잇고’(전편 주제곡) 못지않게 질리도록 오래 듣게 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OST를 출시한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전편에 비해 영화 흥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만큼 음원 성적도 훨씬 좋다”며 “OST 매출액이 전편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전편은 음원과 CD 판매를 합친 매출액이 30억원대로 알려졌다.

‘겨울왕국2’가 문화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그만큼 그늘도 짙다. 흥행 또는 화제에만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겨울왕국2’는 상영 첫 주말인 지난달 23일 전국 극장 좌석수 271만개를 차지해 좌석점유율이 79.1%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상영 횟수는 1만6,220회로 상영점유율이 73.4%였다. 극장들이 온종일 ‘겨울왕국2’만 틀어댄 셈이다. 충무로 중견 영화제작자는 “‘겨울왕국2’가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작은 영화들은 개봉일을 여러 차례 옮겨야 했다”며 “스크린 상한제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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