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측근 직권남용 등 울산경찰청 조사에 참고인 진술
金측근“영장 결정적 계기”… 宋 ‘하명수사’ 전체 관여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비위 의혹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전달한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첩보 전달 후 김 전 시장 수사를 맡은 울산경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는 등 두 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부시장이 단순히 첩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상대 후보 비위 수사에 적극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개입을 위한 ‘청부수사’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12월 경찰청으로부터 김 전 시장 비위 의혹이 담긴 첩보 보고서를 건네 받은 전후로 송 부시장을 두 차례 접촉했다. 김 전 시장 측근인 박기성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사건과 지역 건설업자 A씨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울산시청 공무원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던 당시 수사팀은 송 부시장을 수사 협조를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만났다고 한다.
당시 수사 상황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은 청와대 첩보를 통해 박 비서실장이 2017년 4, 5월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의 레미콘 공급업체를 울산 지역 업체로 바꾸기 위해 울산시청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2018년 1월 송 부시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수사팀은 울산시 교통건설국장을 지내고 2015년 퇴직한 송 부시장에게 “압력을 받은 공무원들이 입을 열지 않으니 피해자들에게 들은 얘기를 간접적으로 진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박 비서실장이 공무원들에게 레미콘 업체를 바꾸도록 강요했다는 피해 공무원들의 진술을 송 부시장이 대신 전달했다고 한다. 박 비서실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018년 3월 16일 경찰이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할 때 퇴직 공무원의 진술이 영장 발부의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확인했다”면서 “그 퇴직 공무원이 송 부시장인 걸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실장 직권남용 사건은 청와대에서 하달된 첩보에 따라 착수한 수사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에 비리를 최초 제보한 장본인은 송 부시장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송 부시장이 건네 준 비리 첩보를 청와대가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에 내려 보내 수사에 착수하고, 경찰은 사실상 ‘하명수사’의 원래 제보자를 만나 혐의를 확인하는 특이한 구조의 청부수사가 되는 셈이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2월 지역 건설업자 A씨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팀과 한 차례 접촉했다. A씨가 자신의 아파트 사업 부지를 강제 수용당했다고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은 송 부시장을 만나 A씨 토지의 수용 배경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청와대 하명수사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같은 수사팀에서 A씨가 김 전 시장의 동생을 고발한 사건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김 전 시장 측을 겨냥해 송 부시장이 경찰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송 부시장이 하명수사 의혹의 시작(첩보 생산)과 끝(경찰 수사)에 모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울산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선거 캠프→청와대→경찰로 이어지는 ‘정치적 수사’가 존재했을 개연성이 더 짙어지게 됐다. 특히 청와대 소속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 자료를 미리 요구했고 이후 첩보 내용을 일부 가공했다는 단서가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첩보와 수사를 ‘기획’하거나 기획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민정수석실이 적극적으로 첩보를 수집ㆍ가공해서 경찰에 넘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개입 정도에 따라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본보는 송 부시장에게 수사팀과 두 차례 접촉한 배경을 묻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당시 수사팀은 “송 부시장이 울산시청 건설교통 계통 공무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고 울산시 사정을 잘 안다고 판단해 접촉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을 지휘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송 부시장 조사 같은 세세한 수사 상황은 청장에게 보고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울산=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