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첩보 제보자 일부러 숨겼나” 뒷말… 靑 해명 되레 의혹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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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첩보 제보자 일부러 숨겼나” 뒷말… 靑 해명 되레 의혹만 키웠다

입력
2019.1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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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정당 출신 아닌 공직자” 송병기 신원 은폐 의혹

宋 “靑이 먼저 요청” 발언 부인, 백원우 “보고 과정 기억 없다”

‘김기현 첩보’ 전달 과정. 그래픽=강준구 기자

청와대는 5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해 “하명 수사는 없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전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체조사 결과 발표에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신원을 밝히 않은 것을 두고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불법(국가기관의 제보자 신원 누설)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이냐”며 발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금까지의 해명으로 선거 개입 혐의를 벗기는커녕 의혹을 스스로 키웠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데 치우쳐 위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4일 김 전 시장 비리 제보자가 ‘정당 출신이 아닌 공직자’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 제보자’라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부시장이 제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난해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꺾었다. 청와대가 제보자를 일부러 숨겼다는 의심이 제기된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체를 밝히지 않으면 진실성을 의심받기 마련”이라며 “정무적 고려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도 5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본인 동의 없이 제보자를 밝히는 것은 불법”이라며 “제보자의 인적 사항이 공개되면 제보자가 유ㆍ무형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는 설명이지만, 의혹의 키맨이자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인사를 ‘공직자’로 지칭한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청와대는 ‘김 전 시장 비리를 외부에서 제보 받았다’고 해명했다. ‘의도 없는 통상적 제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송 부시장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를 스스로 한 게 아니라 정부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해 의혹이 또 다시 증폭됐다. 송 부시장은 5일 입장문을 내 “2017년 하반기쯤 총리실 모 행정관과 안부통화를 했다. (제보 내용은) 울산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안이었다”며 전날 발언을 사실상 부인했다. 하지만 이 역시 “스마트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보받았다”는 청와대 설명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수사권이나 강제 조사권이 없어) 송 부시장의 입장을 들어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송 부시장에게 받은 제보를 정리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보고한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가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니다”고 밝힌 것도 불신을 키웠다. 해당 행정관이 검찰 수사관인 탓이다. 청와대는 “(이 행정관은)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리 적용 의견 등을 제보에 추가하지 않았고, 제보 내용을 상관들이 보기 좋게 정리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행정관이 제보를 가공하거나, 김 전 시장 비위를 캐묻는 등 적극적 첩보 수집 행위를 했다면 선거 개입 의혹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수사관이 제보를 단순 편집해 보고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송 부시장과 첩보를 생산한 행정관과의 관계도 소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송 부시장은 “행정관과는 2014년 하반기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후 가끔 친구와 만난 적 있었고, 통화도 간헐적으로 한두 번 하는 사이였다”고 설명한다. 반면 청와대는 “두 사람은 우연히 캠핑장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설명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이 첩보 생산과 이첩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해소돼야 할 대목이다. 해당 행정관은 “업무 계통을 거쳐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으나, 백 전 비서관은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청와대 자체조사의 결론이다. 사실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정권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의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청와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첩보 처리 과정을 백 전 비서관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해명 자체가 미심쩍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의혹 소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도한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며 “청와대 발표가 사실인지,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가 사실인지, 머지않아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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