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해 보이는 나무 안에는 아직도 인간이 밝혀내지 못한 무수한 비밀이 숨어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무도 언어가 있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인간에게 시원한 그늘과 숨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만들어 내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짐작보다 더 복잡하고, 더 정교하며, 더 내밀한 세계가 있는 것이다.

저명한 독일의 생태작가인 저자는 그래서 나무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가 귀띔해 주는 이 이야기를 보자. 1970년대에 학자들은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가젤이나 기린이 낮에 하는 독특한 행동을 발견했다. 몇 분 동안 한 나무의 잎만 뜯어 먹더니, 몇 분이 지나자 50~100m 정도 떨어진 거리의 나무들로 이동을 했다. 왜 그랬을까. 아카시아 잎에서 쓴맛이 나는 물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허기를 채울 만큼 잎을 뜯어 먹지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인가. 알고 보니 나무가 주변의 동지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 거였다. 연구 결과, 초식동물들이 한 나무를 먹기 시작하면 그 나무에서 에틸렌 가스가 방출됐다. 그 나무가 이웃 나무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면 그 나무들도 첫 번째 나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학자들은 식물 대부분이 화학물질을 이용한 소통 체계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니까 나무에게도 서로 교류하는 수단이 있다고 추측하는 거다.

향기가 대표적이다. 과실수나 피나무, 아카시아를 비롯한 모든 나무는 꽃을 피울 때 곤충을 향기로 유혹한다. 천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내보내는 신호도 있다. 나무좀의 습격을 받은 나무는 고통을 느낀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수피로 방어물질을 방출하고 친구들에게 위험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향기로 정보를 얻은 친구들은 화학물질을 저장하고 있다가, 나무좀에게 습격당하면 방어 물질을 내뿜어 자신을 보호한다. 향기는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바람이 혼란을 주진 않을까. 그럼에도 나무는 뿌리를 이용해 바람에 맞서 자신들만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니 놀랍다. 뿌리는 일종의 네트워크 케이블로 연결돼 장애 없이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저자가 “나무는 생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십억 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간이라는 생물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는 이유다.

저자는 뿌리, 줄기, 가지, 잎 같은 나무의 각 기관을 인체에 비유해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뿌리는 나무의 다리이자 입이요, 심장이다. 특히 수 톤에 달하는 지상부를 떠받치고 붙들면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특히 신기한 게 나무가 물을 운반하는 방법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가 대략 130m이니 최대 이 높이까지 물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어디서 나오냔 얘기다. 나무가 뿌리를 이용해 활발하게 펌프질을 하는 것일 텐데, 그 과정과 원리가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니 연구 대상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생존 전략, 상처, 친구 맺기, 세대교체, 식구들, 종말 같은 나무의 감정과 소통, 생애의 비밀을 알기 쉽게 풀어놨다. 나무를 사랑했기에 알게 되고 깨달은 결과물들이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나무를 사랑한다. 숲이나 정원에서 일할 때면 정신이 맑아진다. 나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나무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하며 웃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흥미진진한 나무의 세계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 무엇보다 생각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무를 다시 볼 일이다.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ㆍ강영옥 옮김
더숲 발행ㆍ1만6,000원ㆍ304쪽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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