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밝혀져 ‘하명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는 송철호 현 시장의 측근으로, 청와대가 4일 자체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말았다. 청와대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해 신뢰도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송 부시장이 제보한 시점은 2017년 10월 송 시장 출마 준비 모임에 합류했을 때였다고 한다. 더구나 송 부시장은 “청와대 쪽에서 상대 후보의 동향을 먼저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여권의 시장 후보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상대 후보의 비위 첩보를 요구했고, 이를 경찰에 넘겨 수사토록 한 게 사실이라면 ‘선거용 청부 수사’ 논란을 면키 어렵다. 파문이 커지자 송 부시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위 내용은 현지에서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송 시장 당선 후 부시장으로 발탁된 것을 제보로 인한 ‘하명수사’의 대가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첩보를 경찰에 넘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제보자인 송 부시장의 신분을 몰랐을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동향 보고를 요청한 문모 행정관은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친구라고 하니 비서관들에게 전달할 때 제보자 신원을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 문 행정관이 백 비서관에게 보고할 때 제보 내용을 편집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단순 문건 정리가 아니라 법률적 판단을 덧붙이는 등 가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5일 문 행정관을 소환한 만큼 첩보 요청과 접수 제보의 가공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자체 진상조사라고 내놓은 청와대 해명은 의혹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모든 사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검찰 수사 방식을 문제 삼는 것과는 별개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공개하는 게 파문을 줄이는 길이다. 청와대의 공세와 검찰의 반박이 물고 물리는 초유의 상황도 국민들 보기에는 볼썽사납다. 지금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은 하고 밝힐 것은 밝히는 게 최선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