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로켓맨’ 표현에 “불쾌… 늙다리의 망령” 맞대응
클링크 美 국방부 부차관보 “군사옵션 내려놓은 적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 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으로 될 것”이라고 5일 경고했다.
최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녕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 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상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을 언급한 데 대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우리 외무성 역시 최대로 예민한 시기에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미 대치가 격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 사용 카드를 거론한 후 미국 당국자들의 대북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토의도 추진돼 연말 데드라인을 앞두고 북미간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되는 모습이다.
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한미동맹재단이 주최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콘퍼런스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군사 옵션이 테이블에서 내려온 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무력 사용 카드를 뒷받침한 것이다. 그는 “군사력은 억지력의 일환으로 존재하며 안정화의 수단으로 기여한다”며 “한반도나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억지가 실패하면 싸워서 이기는 것이 군대의 역할”이라며 “이것은 수십 년간 진실이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군사력에 대한 원론적 설명이긴 하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근 기류 변화를 감안하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국방부가 외교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지 않고 자제해왔다면서도 “우리의 대응이 달라지고 국무부 주도가 다른 어떤 것으로 전환될지도 모를 시점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력을 사용하는 국방부가 대북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이 공격적으로 행동할 만큼 매우 어리석다면 동맹들로부터 매우 강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발사 행위가 도움이 되지 않고 외교 공간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고 연말에 예정됐다가 유예된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대해 “그 훈련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은 우리의 호의와 선의를 약함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발언에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담화를 내고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반발하자 미 국방부 당국자가 재차 북한 도발시 무력 사용 카드를 거론하며 ‘강대강’ 기싸움을 이어간 것이다.
국방 당국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에서도 북미간 마찰음은 커지고 있다. 이달 10일 세계 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토의를 추진하자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어떤 회의도 심각한 도발”이라며“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토의는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됐으나 지난해는 회의 개최를 위한 정족수(9개국)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작년과 달라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구성으로 올해는 북한인권 토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비핵화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상황에서 북한 인권 문제까지 결부되면 북미관계는 연말로 다가갈수록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