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이틀째, 한국 ‘우호인사’ 오찬서 노골적 불만
사드 질문에 “美가 만든 문제” 화살 돌리며 불쾌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이틀째인 5일 미국을 향한 작심 비난을 이어갔다. 전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 때에 이어 이틀째다. 왕 부장은 자국에 우호적이라고 판단한 한국 정ㆍ재계 인사들을 초청한 점심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 방한 우호 오찬회’ 기조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많은 나라에서 이해와 환영을 받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중국의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에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왕 부장은 이어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강권 정치의 오만도 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냉전 사고 방식은 진작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로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부흥은 역사적 필연이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왕 부장은 또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강권 정치가 (세계에) 넘치고 있는데 이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고 우리의 정당한 발전 권리도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왕 부장은 ‘패권 국가’가 어디인지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와중에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안)에 이어 ‘신장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신장인권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자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왕 부장은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 전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힘만 믿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 반대하고, 내정 간섭에도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왕 부장의 ‘뒤끝’은 연설 뒤에도 드러났다. ‘한국에는 지금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때문에 한중 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며 “미국이 만든 문제이고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대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패권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서 매일 관찰할 수 있고 그게 매일 공론하고 있다”며 “그걸 보면 된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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