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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 뒷담에 英공주는 무시...트럼프 '굴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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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 뒷담에 英공주는 무시...트럼프 '굴욕 논란'

입력
2019.12.05 17:4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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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70주년 정상회의 첫날인 3일 저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영상에서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뒷담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나토 70주년 정상회의 첫날인 3일 저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영상에서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뒷담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작 전부터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70주년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연의 촌극으로 막을 내렸다. 나토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뒷담화’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그를 무시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국내에서의 탄핵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교성과를 기대했을 트럼프 대통령은 ‘굴욕 논란’이 일자 폐막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논란은 3일(현지시간) 저녁 버킹엄궁에서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험담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공개한 25초 분량의 영상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피식 웃으며 “그래서 당신(마크롱)이 늦은 거냐”라고 묻는다. 이에 트뤼도 총리가 끼어들며 “그(He)가 40분간 즉흥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탓에 늦은 것”이라며 대신 답한다. 트뤼도는 이어 “그의 팀원들도 입이 떡 벌어졌더라”라며 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손짓을 했다. 자리에 함께한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앤 공주도 웃음을 보인다. 외신들은 뒷담화 대상이 된 ‘그’가 트럼프라고 추측했다. 나토 정상들과의 일대일 정상회담에서 의전 절차는 무시한 채 돌발 기자회견을 벌이는 ‘막무가내 트럼프’를 지적했다는 설명이다.

나토 70주년 정상회의 첫날인 3일 저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며 악수를 나누는 가운데, 여왕이 자신의 딸인 앤 공주(맨 왼쪽)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에 앤 공주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외신들은 트럼프 부부와 악수를 나누지 않은 앤 공주를 여왕이 나무란 것이라고 추측했다. CNN 캡처
나토 70주년 정상회의 첫날인 3일 저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며 악수를 나누는 가운데, 여왕이 자신의 딸인 앤 공주(맨 왼쪽)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에 앤 공주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외신들은 트럼프 부부와 악수를 나누지 않은 앤 공주를 여왕이 나무란 것이라고 추측했다. CNN 캡처

앤 공주가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화제가 됐다. CNN에 따르면 같은 환영행사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들인 찰스 왕세자 부부와 나란히 서서 각국 정상을 맞이했다.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악수를 하던 여왕은 문 쪽에 있던 앤 공주를 향해 뭐라고 지시하는 듯한 말을 건네는데, 앤 공주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고 만다. 미 시사주간 타임 등은 앤 공주가 트럼프 부부와의 악수를 거부하려 하자, 여왕이 그를 나무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상회의 둘째 날인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트뤼도는 위선적인(two-faced)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돌연 트위터에 “지난 이틀간 이미 꽤 많은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폐막 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며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취소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 것이라고 ‘깜짝 발표’해 놀랐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일로 나토의 내부 균열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평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헤더 콘리 유럽국장은 미 뉴욕타임스에 “나토 선언과 회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상들의 만남을 둘러싼 여러 소동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나토의 정치 역학이 더 복잡해졌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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