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SIS 선임연구원 “한국에 분담금 인상 폭 터무니 없는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인상 폭은 터무니없는 수준이에요. 가까운 동맹국에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지금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바라며 버티는 겁니다.”
수미 테리(47)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이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인 한국에 건넨 조언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첫 국제 행사인 ‘2019 북방포럼’ 참석 차 한국을 찾은 그는 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안은 미국 내에서도 지지 받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현재 양국 협상팀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많은 일에 일관성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30년간 일관성을 보여온 게 한국ㆍ일본과의 동맹 비용이 비싸다는 인식”이라며 “최대한 강하게 버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기를 바라거나, 혹은 말로만 올린다고 하고 끝까지 올려주지 않으며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농담 섞은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스타일을 염두에 둔 조언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호전적 대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을 “짖는 소리가 실제 무는 것보다 더 큰 개”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주의는 추구하지만 실제 전쟁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자신들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왔기 때문에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한이 하지 않겠다고 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제외하고도 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괌에 중거리 미사일을 쏘거나, 위성을 올려 보내는 방법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2017년과 분명히 달라졌고 특히 한국은 리비아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연내 북미 정상회담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실무협상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 선거 직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어느 정도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날이 격화하는 미중 갈등도 한국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라고 테리 선임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한중이 협력하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된 미중 갈등이 앞으로도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2001~2008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한국 문제 관련 선임 분석가를 지냈고, 그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정보위원회, 뉴욕외교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다 2017년 CSIS에 합류했다.
글ㆍ사진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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