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여러 함의가 있다. 혹자들이 소위 여성적 글쓰기에서 기대하는 부드럽고 연약한 문체, 섬세한 묘사 등은 결코 여성의 글쓰기를 대변하지 않는다. 글을 쓸 수 있는 돈과 방 모두를 빼앗긴 사회적 조건 속에서 다시 펜을 들기까지, 여성은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상실했던 언어를 되찾고 지워진 존재를 발견하는 작업으로서의 글쓰기는 언제나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신문기자로서 글쓰기 노동에 충실했던 저자는 경력단절여성에 진입한 걸 계기로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글쓰기’를 사유하게 됐다. 따라서 책은 기자로서 터득한 글쓰기 방법 외에도, 자아를 찾는 글쓰기와 여성으로서의 글쓰기, 나아가 사회적 연대의 그물망이 되는 글쓰기를 담는다. 글쓰기가 선사하는 자신과의 조우, 그리고 세상과의 만남은 자연스럽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면 내가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매킨타이어의 말이 글쓰기의 역할과도 맞닿는다.
여성의 글쓰기
이고은 지음
생각의힘 발행ㆍ236쪽ㆍ1만3,800원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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