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동결 어린이집 급식비 ‘올려달라’ 문자에
김재원 예결위원장 측 “문자 그만 보내달라 의미” 해명
“스팸 넣지 마세요.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습니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22년 전과 똑같은 어린이집 급간식비(1,745원)를 올려달라는 엄마들의 문자에 보인 반응이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한 개 사면 고작인 금액으로 점심식사와 간식까지 해결해야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요구에 오히려 이를 더 깎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4일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위원장인 김 의원에게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현실화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가 이 같은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이날 “예결위 의원 15명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이런 식으로 대응한 분은 김 위원장이 유일하다”며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수백억을 증액해놓고 어린이들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겠다고 하니 너무나 기막힌 일”이라고 꼬집었다.
1997년부터 동결된 급간식비로는 양심적인 어린이집 원장조차 아이들을 제대로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은 올해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등의 문제제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이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국회 예결위에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예산을 증액하는 안이 상정됐지만, 실제로 통과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최소 2,600원까지 올리는 것을 전제로 총 912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60원 인상한 1,805원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은 이에 대해 “갑자기 관련 문자와 전화 수백 통이 왔는데 예산을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자를 계속 보내니 그만 보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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