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2 라운드’에 돌입했다. 탄핵조사를 주도해 온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법사위원회 청문회를 열어 탄핵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법학자들의 진술을 생중계하며 공세를 폈다. 민주당이 부른 3명의 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공화당 요청으로 출석한 또 다른 학자는 “성급한” 탄핵 추진이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소수 의견을 내놓았다.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법사위는 탄핵소추안 초안 작성에 앞서 4명의 법학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 9월부터 탄핵조사를 벌인 정보위원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헌법위반 여부를 법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3명의 법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사익을 위해 외세에 선거개입을 요구하며직권 남용을 했다는 민주당 측의 판단에 힘을 실었다.
하버드대 법학 교수인 노아 펠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대선 결과를 왜곡하려고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헌법제정자들의 우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는 민주주의 속에 살지 않는 것”이라며 “군주제나 독재체제 아래 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이클 게르하르트 법학 교수도 "의회가 탄핵에 실패하면 왕정 수립을 막는 헌법의 안전장치를 잃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물론 누구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한 명의 민주당 측 인사인 파멜라 칼란 스탠퍼드대 법학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심장을 찌르는 행위”를 했다면서 “우리 선거에 외국 정부를 끌어들인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한 심각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공화당 요청으로 출석한 조지워싱턴대 조너선 털리 교수는 소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아슬아슬하고 성급하다”고 비판하면서, 당파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탄핵이 후대 대통령들에게 ‘위험한 선례’를 세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털리 교수가 추가 탄핵조사 시 탄핵의 증거를 찾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재 수준의 증거로는 대통령이 분명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키기에 나선 공화당 측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성급하다’면서 “2020년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유권자들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청문회 시작에 앞서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금 그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ㆍ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거개입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탄핵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크리스마스 전에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70주년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비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양자회담에 앞서 하원의 탄핵조사에 대해 “우스운 일”이라고 깎아내리면서 “그들(민주당)은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냐. 저들이 하는 일은 나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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