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범죄율은 크게 낮아… 서울대연구진 국제학술지에 발표
국내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크게 낮지만,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범죄 가운데서 살인사건 등 중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일반인의 5배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민주 연구강사는 2012∼2016년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치를 바탕으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을 일반인의 범죄율에 견줘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잉에 따른 뇌질환으로, 망상과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등의 사회 인지기능 저하가 대표적 급성기 증상이다. 과거에는 대중에게 불치병으로 여겨졌으나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급성기 증상은 약물을 이용해 잠재우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다만 감정이나 외부에 대한 반응을 상실하는 등의 음성 증상의 경우 서서히 나타나 치료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이번 분석에서 국내 조현병 유병률은 2012년 0.5%(25만4,586명)에서 2016년 0.6%(28만2,233명)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도 0.72%에서 0.90%로 소폭 늘었지만, 국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조현병 환자의 이런 범죄율은 일반인에서 발생한 범죄율에 대비해 약 5분의 1 정도로 아주 낮다는 게 김 연구강사의 분석이다.
하지만 살인과 방화 등 중범죄 비율은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을 앞섰다. 살인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조현병 환자로 인한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로 일반인(0.1%)의 5배 수준이었다. 또 방화와 약물 관련 범죄율도 조현병 환자가 1.7%, 5.3%로 일반인의 0.2%, 1.6%보다 각각 8.5배, 3.3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외국에서 이뤄진 선행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봤다. 다만 이번 연구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돼 입원절차가 까다로워지기 이전의 통계치를 활용한 것이어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인한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 증가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영향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민주 강사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 환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원인에 대한 분석은 아니다”라며 “범죄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입원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번 연구를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강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조현병 환자 관리와 치료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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