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가 막을 내렸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한일관계가 유례없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돔 공연’을 자부하며 일본 나고야 돔을 개최지로 확정했던 올해 MAMA가 지난 4일 열렸다.
한일정세 악화 속 일본 개최를 강행한 ‘MAMA’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더불어 ‘프듀’ 조작 사태로 채널의 신뢰까지 잃은 상태에서 올해 시상식은 여느 때보다 조용히 개최됐다. 매년 시상식 개최를 앞두고 열렸던 기자간담회는 생략됐으며, 개최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던 홍보 역시 올해는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앞서 엠넷 측은 “1년을 마무리하는 행사인 만큼 4만 여 관객과 함께하는 최대 규모의 무대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역시 MAMA가 퀄리티는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좋은 공연을 전해 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던 바. 실제로 이날 시상식에서는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가 연이어 공개되며 ‘명예 회복’을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N.O’, ‘We are bulletproof pt.2’,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소우주’, ‘Dionysus’ 등 다양한 곡들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현장을 달궜다. 또 박진영은 화사와 파격적인 비닐 의상을 입고 나와 ‘날 떠나지 마’로 화제의 컬래버 무대를 완성하기도 했다. 팝 스타 두아 리파 역시 MAMA를 찾아 화사와의 합동 무대로 그의 무대를 기다렸던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수상 결과에도 큰 이견은 없었다. 올해 가장 큰 활약을 펼쳤던 방탄소년단이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월드와이드 아이콘’ 등 총 4개 부문 대상을 ‘올킬’ 하는 역사를 쓴 것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은 베스트뮤직비디오, 남자그룹, 큐텐 페이버릿 아티스트, 월드와이드 팬 초이스,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그룹상까지 수상하며 올해 MAMA에서만 총 9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트와이스는 이날 여자그룹, 월드와이드 팬 초이스,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그룹, 큐텐 페이보릿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4관왕에 올랐다.
수상 소감에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묵직한 소신 발언이 이어지며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진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직후 “많은 분들이 좋은 노래를 만들고 계신데, 그 노래들이 모두 인정받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며 “부정적인 방법도 좋지만, 조금 더 정직한 방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어떨까. 모두 다 좋은 음악하고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헤이즈 역시 베스트 힙합&어반 뮤직상 수상 이후 “내년에는 모든 아티스트의 정당한 수고가 절대 헛되지 않게 좋은 음악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음원 사재기 논란’을 의식한 듯한 소감을 전했다.
악조건 속 완성한 화려한 무대와 아티스트들의 의미 있는 수상소감이 ‘MAMA’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줬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MAMA는 ‘반쪽짜리 성공’도 겨우 거둔 모양새다.
올해 ‘MAMA’만의 시그니처 무대나 스토리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MAMA’는 마무리했지만 한일 정세 악화 속 ‘일본 개최’를 강행했다는 오명은 그대로 남았다. 실제 ‘MAMA’ 측은 지난 2일 공식 SNS에 “나고야의 맛있는 음식과 멋진 장소, 그밖에 많은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와서 즐기라”는 내용의 홍보글을 게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정치 이슈와 별개로 민간 문화 교류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던 엠넷 측의 입장이 개최지 선정을 넘어 일본 관광 홍보까지 이어졌어야 했는지는, 글쎄다.
‘프듀’ 조작 논란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 속, 기존 출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아이즈원을 비롯해 논란의 중심에 선 엑스원까지 출연진에서 제외한 뒤 ‘그들만의 글로벌 축제’를 즐겼다는 비난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채널 자체가 신뢰를 잃고 사태를 채 수습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과연 ‘MAMA’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K팝 대표 시상식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2019 MAMA’는 막을 내렸다. 불필요한 잡음과 오명을 남겼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를 타산지석 삼아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거듭한다면 다가올 2020년 MAMA의 미래는 조금 더 밝을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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