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연계 시사… 한미 방위비 협상 영향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유럽 동맹들에 무역 문제 연계를 무기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듭 압박했다.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추가관세 부과 등 ‘무역 보복’을 하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도중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기준에 맞춘 국가들과 업무오찬을 하면서 이런 의사를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자리를 아예 ‘2% 납부국가들(2% ers)과의 업무 오찬’으로 명명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초청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은 아니지만 나토의 단결을 믿는다. 그리고 나토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방위비 분담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동료 국가들이 우리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생각에 적극 호응했다. 이에 트럼프는 “실제로 그들(2%를 채우지 못한 국가들)은 그럴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렇게 안하면 우리는 무역으로 대응하겠다(we’ll get them on trade)”고 답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국가들에 관세 등을 통해 부족분만큼의 액수를 받아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언급은 한미 방위비 협상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동차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주한미군이 지금 규모로 계속 주둔하려면 한국이 방위비를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증액을 거세게 압박했다.
앞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유럽연합(EU), 한국 등의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당초 미국은 5월 결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했다. 시한은 지난달 13일로 만료됐지만, 아직 관세 부과 여부의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는 2일에는 환율시장 부당 개입을 이유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기습적으로 내놓는가 하면, 프랑스에는 디지털세를 문제 삼아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겨냥해 ‘관세 폭탄’ 카드를 휘두르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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