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東京)하계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 출발지인 ‘J빌리지’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전보다 1,775배나 많은 방사선이 측정되는 장소인 핫스팟이 발견됐다고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재팬이 4일 밝혔다.
그린피스 재팬이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그린피스 산하 핵 모니터링ㆍ방사선보호 전문가들이 10월 26일 후쿠시마(福島)현 J빌리지 스타디움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최고 71μSv(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됐다. 이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시간당 0.04 μSv에 비해 1,775배나 높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자연방사선은 0.1∼0.3μSv/h이다.
그린피스는 이처럼 후쿠시마현에서 여러 곳의 방사선 핫스팟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내년 봄 발간될 연례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이에 지난달 18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환경장관에게 조사 결과를 포함한 서한을 보내 J빌리지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일반인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염 작업 등의 조치를 즉시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해당 조사 결과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후쿠시마현 지사에게도 보냈다.
그린피스는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날 산케이(産經)신문 기사에서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그린피스 재팬의 조사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릴레이 출발지인 J빌리지 주변에서 제염 작업이 필요한 방사선량이 확인됐다”며 “환경부는 도쿄전력에 대응을 요청해 지난 3일 제염 작업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정작 문제를 제기한 그린피스에는 제염 작업 요청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 가즈에(鈴木和江) 그린피스 재팬 캠페이너는 “J 빌리지는 일본 정부에서 수년 간 집중적으로 제염 작업을 해온 지역”이라며 “이런 곳에서 다수의 핫스팟이 발견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제염 작업이 실패했으며 오염 수준이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다”며 “아직 귀향하지 못한 4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접근 불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성 오염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