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에 대해 “부동산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정상적인 대출”이라며 “의혹이 있어 보인다면 강만수 당시 산은 회장에게 여쭤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회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들병원 대출은 절차나 기준에서 하등 문제될 게 없다”며 “정치 쟁점화하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00억원에 가까운 부동산과 5년간 매출채권 8,000억원을 담보로 잡았으니 1,400억원을 충분히 대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이 산은 등에서 거액을 대출 받은 것을 문제삼았다. 2012년 3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할 만큼 어려웠던 이 원장이 한달 뒤인 4월 신청을 철회하더니 그해 하반기 자신이 연대보증을 서고 법인이 빌리는 형식으로 산은에서 1,400억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해당 대출이 특혜로 이뤄졌고, 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중단되는 과정에 여권 실세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는 이 원장이 2017년 산은에서 796억원을 추가 대출 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2012년과 2017년 대선 기간에 대출이 이뤄졌다는 교묘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강 회장이 대선에 좌우될 사람인가. (의혹을 제기한) 모 의원한테 강 전 회장을 면담해보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 전 회장은 2011~13년 산은 회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이 원장의 개인회생 이력도 확인했지만 기록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이 개인회생을 승인하면 은행이 여신심사 때 접속할 수 있는 신용정보원 시스템에서 해당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 원장은 회생 신청을 중도 취소했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예정된 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논란이 되는 구주 가격에 대해서는 “양쪽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KDB생명 매각에 대해서는 “순리대로 하겠다”며 “가격에 맞춰서 따라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KDB생명이 팔 수 있을 만한 퀄리티가 됐지만 매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훌륭한 가격에 팔 수 있을지는 기다려보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거의 완료되고 혁신성장도 성공적으로 진행된 만큼 내년엔 산은의 변화와 혁신, 디지털 전환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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