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보다 사익 우선” 탄핵조사 보고서 채택, 4일부터 법사위 청문회
줄리아니, 美정부 관리와 무더기 통화… 의문의 ‘-1’ 상대는 트럼프 가능성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 조사 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채택했다.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 증진을 위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고, 의회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도록 ‘전례 없는 방해’를 가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해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으나, ‘탄핵 소추안 작성’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길을 터놓은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과 관련, 미 정부 관리들과 광범위한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특히 ‘-1’로만 표기된 신원 미상의 통화 상대방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확인될 경우,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그가 직접 개입한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하원 정보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탄핵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뒤 표결을 거쳐 채택했다. “대통령이 올해 7월 말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서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요구하고, 미국의 군사원조를 압박 수단으로 삼았다”는 익명의 내부고발이 지난 9월 폭로돼 미 의회가 탄핵 조사를 개시한 지 2개월여 만이다. CNN방송은 “총 300여쪽 분량인 보고서는 증인 12명의 증언, 인터뷰 17건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보고서는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정치적 경쟁자에 해를 입히려 했고,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백악관 회의를 지렛대로 썼다”고 적었다. 또, 이런 행위를 은폐하고자 의회의 탄핵 조사 과정에 ‘전례 없는 방해 공작’을 펼쳤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행위와 사법방해 등 권력남용이 ‘압도적(overwhelming)’으로 많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의회의 탄핵조사를 불법적으로 막았다는 부분에 90여쪽을 할애하기도 했다.
애덤 시프(민주ㆍ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엎었고, 정치적 동기로 국가안보를 위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NYT는 “트럼프는 2020년 미 대선에 대한 외국(우크라이나)의 개입을 요청하면서 대통령직의 힘을 썼다”며 “대통령이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키맨’으로 지목된 줄리아니의 구체적 행보다. 민간인일 뿐인 그는 지난 4월 말 마리 요바노치비 당시 우크라이나 미국대사의 본국 소환 이틀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ㆍ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12번 이상 통화했다. 또 올해 3~8월 군사원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백악관 예산관리국 관계자들과 60차례 이상 통화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줄리아니의 통화 기록에는 ‘-1’로만 표시된 상대방도 종종 등장하는데, 그 직전에 백악관 상황실, 교환대 등과 통화를 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번호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는 4일부터 별도 청문회를 개최하는 하원 법사위원회가 이어받게 됐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어떠한 위법행위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에 머무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프 위원장을 가리켜 “정신이상이고 역겹다”면서 “민주당은 2016년 대선 결과를 날조된 탄핵으로 뒤집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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