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생아 재작년과 동일한 82.7세… 한파사망 급증 일시적 요인
지난 50년 가까이 계속 증가하던 국내 출생아의 기대수명이 지난해 처음 증가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기대수명이 상한에 이르렀다기보다, 지난해 한파 사망자가 급증했던 일시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대표적인 ‘노인 질환’인 폐렴이 암과 심장질환 다음 가는 사망원인으로 떠올랐다.
◇처음 멈춰선 기대수명
통계청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생명표’를 발표했다. 생명표란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특정 나이의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 보여주는 표를 말한다. 장래 인구추계 작성, 보험료율 책정, 연금 비율 산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번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2017년과 동일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봤을 땐 82.74로 전년(82.69년)보다 미세하게 늘었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로 표기하는 공식 기대수명이 보합을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48년만에 처음이다. 기대수명은 처음 80세를 넘긴 2009년 이후에도 매년 0.2~0.5년씩 늘어왔다.
다만 이는 기대수명 추산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망자 수가 지난해 초 기록적인 한파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실제 2018년 사망자(29만8,820명)는 전년보다 4.7% 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비록 기대수명 증가세가 처음 멈추긴 했지만, 한계치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유럽에서도 2015년 폭염으로 프랑스, 이탈리아의 기대수명이 0.1~0.2년 감소한 바 있다”면서 “올해 1~9월 사망자수는 지난해보다 2.7% 줄어 올해부턴 다시 기대수명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최신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0년 83.2세, 2067년에는 90.1세에 이를 전망이다.
◇건강 기간은 소폭 감소
성별로는 남아와 여아의 기대수명이 각각 79.7년, 85.7년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기대수명 격차(6.0년)는 전년과 같았고 10년 전보다는 0.7년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선 여아 기대수명은 평균(83.4년)보다 2.4년 긴 3위, 남아는 평균(78.1년)보다 1.7년 긴 15위였다.
남은 수명을 뜻하는 기대여명은 80세 이상 남성, 9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40대 남자는 앞으로 40.8년, 여자는 46.5년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3.2년, 2.5년씩 길어진 것이다. 60대 남자는 향후 22.8년, 여자는 27.5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유병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상태로 보내는 기간은 출생아 기준 남자 64.0년, 여자 64.9년으로 2016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병원 접근성이 용이하고 건강검진 범위가 계속 확대되다 보니 암이나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건강수준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질병을 더 쉽게 인지하게 됐다는 뜻이다.
◇늘어나는 폐렴 사망확률
사망원인 중엔 폐렴에 의한 사망확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기준 폐렴에 의한 사망확률은 10년 전(3.2%)보다 3.1배 늘어난 10.0%를 기록, 암(20.7%), 심장질환(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3대 사인’으로 꼽히는 뇌혈관질환(7.9%)보다 사망확률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고령화로 인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분석됐다. 기력이 쇠한 노인이 마지막 순간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대국’ 일본은 이미 ‘노쇠’가 사망원인 3위로 떠올랐는데, 여기엔 폐렴 증상을 노쇠 과정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다. 작년 출생아가 역시 ‘고령화 현상’인 알츠하이머로 사망할 확률도 3.2%에 달했다.
작년 태어난 아이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기대수명은 3.6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은 4.6년, 여성은 2.7년 늘어난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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