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목전 재등정… 전문가 “군사력 강화 집중 예고”
10월 중순쯤 백두산에 올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달도 안 돼 이번에는 군마를 타고 군 간부들을 대동한 채 다시 백두산을 등정했다. 자신이 태도 변화 시한으로 미국에 제시한 연말을 목전에 두고 미국이 전향하지 않을 경우 강경 군사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영도자 동지(김 위원장)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 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백두 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려 조선 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등정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에 박정천 육군 총참모장과 군종 사령관, 군단장 등 군 인사들이 대거 수행한 건 이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향후 군부를 더 챙기고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16일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과 함께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전했다. 보도 시점 기준으로 49일 만의 재등정이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번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빠졌고,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말을 타고 김 위원장의 뒤를 따랐다. 리 여사 다음에 현 부부장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가 개울을 건너는 사진과, 김 위원장이 리 여사와 현 부부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박정천 총참모장 등 고위 간부들과 함께 모닥불에 손을 쬐는 사진도 공개됐다. 일제 강점기 때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 등 항일 빨치산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조국을 그리워하고 항일 의지를 불태웠다고 지금껏 북한이 선전해온 만큼 이를 모방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표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백두산에서 “우리 당의 사상 진지, 혁명 진지, 계급 진지를 허물어 보려는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수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거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백두산 군마 등정 전 청봉숙영지와 건창숙영지, 리명수구, 백두산밀영,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을 비롯한 삼지연군 안의 혁명 전적지 및 사적지들과 답사숙영소들, 무포숙영지와 대홍단혁명전적지도 시찰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대미 저항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자신이 이들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들을 시찰한 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 압박 책동 속에서 우리 혁명의 현 정세와 환경, 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 당원들과 근로자들, 군인들과 청소년 학생들 속에 백두의 굴함 없는 혁명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 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이번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 시찰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행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같은 날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도 참석했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18일에도 완공 단계에 있던 이곳을 다녀갔다. 조업식에는 최룡해 제1부위원장, 박태덕 당 부위원장, 박정천 총참모장과 군 간부들, 리히용 함경북도 당위원장, 신철웅 함경북도 농촌경리위원장 등이 참가했으며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업사를 맡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2일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는 등 며칠째 백두산 일대에 머무는 중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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