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KT SAT 위성센터. 10여명의 직원들이 위성통신용 주파수 특징을 설명하는 화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주시하며 고참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위성을 쏘아 올려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사업자 KT SAT의 입사 1~3년차 신입 직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말에는 위성 관련 이론과 실제 업무에 관한 필기시험도 치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회사에서 또다시 ‘열공’하는 이유는 우주산업 1세대 선배들의 걱정 때문이다.
현재 국내 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쏘아 올려진 1992년부터 현업에 종사한 직원들이다. 이제 50세를 훌쩍 넘겨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세대 교체를 해야 하는데 후배가 너무 부족하다”며 “전문 인력이 효과적으로 양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KT SAT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위성 기술 인증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인재 발굴도, 육성도 어려운 현실
“예전에는 신입을 뽑아놓고 1년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적도 있어요.”
이경택 KT SAT 경영기획총괄(상무)은 인력 양성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에 우주산업 전문성을 측정할 객관적 지표가 없어 인력을 뽑기도 어렵고, 선발된 직원들을 교육할 공인 프로그램이 없어 실무에 투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선배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대부분이어서 톱 엔지니어의 역량이 다음 세대로 빠르게 승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후배 세대의 공백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KT SAT 금산ㆍ용인 위성센터는 한때 센터당 직원이 150~170명이었지만 지금은 30여명으로 줄었다. 평균 연령은 40대 중후반인데, 50대 이상 1세대 직원과 20,30대 신입사원으로 ‘허리’ 없이 양극화돼 있다. 그나마 대기업인 KT SAT은 인력이 유지되지만 국내 우주산업을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은 신규 인력 충원 없이 10~20명 안팎의 직원들로 버티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 우주산업 매출은 2016년 2조7,793억원으로 2013년보다 33% 증가했고, 관련 기업 종사자도 같은 기간 5,988명으로 74% 늘어나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전문인력 부족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더딘 편이다. 전체 우주기업 중 연매출 10억원 미만 기업 비중이 58.3%나 되고, 2013년(51.7%)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아졌다.
◇‘우주자격증’ 필요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은 국내 우주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생력을 키우려면 인력 양성과 투입이 선순환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선 것이 국내 유일의 위성사업자인 KT SAT이다. KT SAT 인증제도는 2017년 처음 도입된 1년짜리 프로그램으로 이론평가, 실무 서술평가, 기술 역량 세미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 신입 직원이 위성 서비스 야간 교대 근무에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종전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KT SAT의 목표는 이 인증제도를 내년 협력사들에 개방하고 이후 국내 우주 관련 기업들이 지표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원식 KT SAT 사장은 “우리나라가 우주 시대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선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며 “인증평가 제도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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