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표창 땐 제재 감경… 금융위 “검찰 수사 중” 표창자 모르쇠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비위 혐의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2년 전 금융위원장 표창장 수여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금융위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뇌물을 받은 업체들에게, 일종의 ‘당국제재 감경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위원장 표창이 수여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금융위는 당시 표창 수상자 명단 공개 요구에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전체 표창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분위기다.
4일 금융당국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김 의원이 “제2회(2017년) ‘금융의 날’ 금융위원장 표창 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금융위는 “해당 기간 표창수여 내역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구체적인 관련 자료 제출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대신 금융위는 △금융혁신 △서민금융 △저축 부문에서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은 124명의 성과 소속업권만 제한적으로 김 의원에게 알려왔다.
금융위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10월말 금융의 날 기념식을 갖고,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 개인ㆍ기관에 대해 △훈ㆍ포장 △대통령 △국무총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표창을 각각 수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위원장ㆍ금감원장 표창을 받은 금융사 직원은 향후 금융당국으로부터 법 위반 제재를 받을 시 처벌을 면하거나 수위를 감경 받을 수 있다. 표창장이 금융사 직원에게는 큰 ‘대가’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중 국무총리급 이상 표창은 금융의 날 행사 개최에 앞서 각계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자 이름과 소속ㆍ직위ㆍ주요공적 사항까지 공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상 후보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가 맡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ㆍ금감원장 표창은 후보자의 이름, 공적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수상자 선정도 금융위 소속 관료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가 하고 있다. ‘수상자 끼워넣기’ 같은 편법이 이뤄져도 외부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있었던 2017년 전후로 자산운용사 대표 A씨에게 자신의 동생 취업을 부탁하는 등 각종 향응을 받은 대신, A씨가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당시 금융위 표창 수여자 선정 과정 전반을 수사하는 것도 A씨와 추가 관련 혐의를 밝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비위 연루 업체에 금융위원장 표창이 수여된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시기 표창을 받았던 사람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2년 전 금융혁신 부문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은 B씨의 소속 업체 관계자는 “(B씨가)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 조심스러워 한다”며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관심을 받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금융위는 수상자 명단 공개 거부 이유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를 들고 있다. 하지만 훈ㆍ포장이나 대통령ㆍ국무총리 표창은 수상자 이름, 소속, 직책까지 모두 공개하면서 금융위원장 표창 수상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들어 비공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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