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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ㆍ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놓고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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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ㆍ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놓고 ‘정면 충돌’

입력
2019.12.04 16:35
수정
2019.12.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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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출시한 가운데 국내 판매를 놓고 제주도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도는 오리온이 일방적으로 국내 판매에 나설 경우 제주용암수의 원료인 용암해수 공급 중단도 검토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반면 오리온 측은 국내시장 판매 없이 해외시장 공략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리온 제주용암수와 용암해수를 공급하는 제주테크노파크 간 용암해수 공급지침에 따른 어떠한 용암해수(염지하수) 공급계약도 체결된 바 없다”며 “다만 공급계약이 없는데도 용암해수가 공급되는 것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 판매용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용암해수 공급을 위한 어떠한 정식 공급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오리온 측이) 관련된 사업계획서 또한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와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용암해수 공급의무가 없다”며 용암해수 공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용암수의 원료인 용암해수는 짠 바닷물이 해수면 아래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여과돼 오염원 없이 아연, 철, 게르마늄 등의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물을 말한다. 정확한 법적ㆍ학술적 표현은 염지하수다. 현재 도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는 담수 지하수로 만든 ‘먹는 샘물’이다. 하지만 오리온이 생산하는 제주용암수는 용암해수의 염분 등을 제거한 후 미네랄 등을 재투입하는 형태로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 혼합음료로, 삼다수와 같이 ‘생수’가 아닌 ‘음료’로 분류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혼합음료인 제주용암수를 ‘생수’로 인식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용암해수 취수 과정. 제주테크노파크 제공.
용암해수 취수 과정. 제주테크노파크 제공.

도가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막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26일 제주용암수 출시를 발표하면서 제과로 다져 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출시와 동시에 국내 생수시장 구도를 ‘빅4’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국내 생수시장 1위인 제주 삼다수와의 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결국 도는 제주 삼다수의 막강한 경쟁자인 오리온의 국내시장 진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도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리온 측에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10월 19일 도가 오리온 측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해당 공문에는 “도와 협의한 판매용 이외의 국내시장에서 유통ㆍ판매할 생산용 용암해수의 공급은 불가하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사업에 대한 세부사업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부사업 계획서를 도에 제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용암해수 공급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판매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도는 사전 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시장 진출을 강행한 오리온 측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박 국장은 이날 “오리온의 제품개발을 돕기 위한 용암해수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가 제품 생산‧판매를 방해하는 것처럼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당초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향후 정식 계약과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국내 판매를 지속한다면 더 이상의 용암해수 공급은 불가하다는 것이 도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리온 측은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한 도의 입장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 총괄부회장은 지난 3일 제주용암수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017년 원희룡 제주지사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팔지 못하는 물을 어떻게 해외에서 팔 수 있겠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대해 도청 관계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진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는 면담 당시 오리온 측이 해외수출만을 강조했고, 최근 들어서야 중국 수출을 위해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허 총괄부회장은 또 “오리온도 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인데, 특정업체만 국내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해 경쟁을 막는 행위는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 용암해수단지 입주기업 중 제주용암수와 비슷한 ‘혼합음료’를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다른 기업에는 용암해수를 공급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다만 오리온 측은 이날 도의 용암해수 공급 중단 검토 발표에 대해서는 “도의 입장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도와 잘 협의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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