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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배본사 화재로 책 50만부 잿더미… 속타는 1인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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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배본사 화재로 책 50만부 잿더미… 속타는 1인 출판

입력
2019.12.04 18:32
수정
2019.12.04 20: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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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권이나 팔릴지 모르는 현실에 도서 보관 위한 보험료 언감생심 

 수십억원어치 책 보상 길 막막“관련 기관·시민 도움 손길 절실”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출판 물류업체 북스로드. 이노북 류인호 대표 제공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출판 물류업체 북스로드. 이노북 류인호 대표 제공

최근 한 출판 물류업체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관 중이던 새 책 50만부가 전소됐다. 물류업체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1인 출판사 등 영세 출판사들이 50억원 상당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이다.

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새벽 5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검바위길에 위치한 물류 및 배본사 북스로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북스로드의 이모 대표는 당시 창고 2층에서 업무를 보던 중 경보를 듣고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황급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8시간에 걸친 화재로 인해 당시 창고에 보관 중이던 50여개 출판사의 책 50만부가 모두 탔다. 책의 정가를 1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피해금액은 50억원에 달한다. 정가의 20~30%남짓인 제작단가를 기준으로 잡아도 10억원이 넘는 액수다. 배본사는 출판사에서 서점으로 책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로 도서 50만권 가량이 전소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도서 물류 및 배본 업체 북스로드 창고에 타고 남은 책이 을씨년스럽게 쌓여 있다. 282북스 강미선 대표 제공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로 도서 50만권 가량이 전소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도서 물류 및 배본 업체 북스로드 창고에 타고 남은 책이 을씨년스럽게 쌓여 있다. 282북스 강미선 대표 제공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출판사들은 1인 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다. 10종 내외의 책을 출판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니, 기본 보관 부수 기준과 단가가 낮은 물류업체와 계약을 했다가 화를 입었다. 아 퍼블리싱 출판사의 안소정 대표는 “이번 화재를 겪고 다른 배본사들을 알아봤는데 화재 보상에 대한 조항이 명시된 데가 없었다”며 “대형 출판사의 경우 자체보험을 들지만, 우리와 같은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배본비만으로도 부담이라 화재보험까지 대비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영세한 출판사이다보니, 영세한 배본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렴한 비용에 따른 위험임을 감수해야겠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본사 입장에서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책 자체가 화재위험에 취약해 보험 산정 시 보상 금액이 높게 책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 가입은 사실상 큰 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북스로드의 이모 대표는 “대규모 배본사들의 경우 출판사들과 배본 계약을 할 때 애초에 책 보험에 가입된 곳만 받거나, 아니면 보험료를 기본 배본비에 포함시켜 높게 받는다”면서 “하지만 소규모 출판사들은 한 권 팔면 3,000원 남고, 이마저도 몇 부를 팔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달 10만원 남짓 배본비에 십수만원의 보험료까지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일 우리 같은 영세한 배본사들이 화재를 비롯한 천재지변에 대한 보험료를 받으려고 한다면 계약하려 드는 출판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보상의 길이 막혔지만, 관계 기관에서도 마땅한 대책 마련은 없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피해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안타깝지만 당장 보상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과거 송인서적(대규모 출판 도매상)이 688억원 규모의 부도에 처했을 당시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공공도서관 도서구입 예산 등을 들여 피해업체 도서 재고분을 구입했던 것처럼 여러 주변 기관의 도움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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