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의 ‘연말 시한’ 압박이 거듭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북한은 연말에 노동당 주요 회의 소집을 예고했고, 미군은 정찰기에 이어 해상초계기까지 한반도에 출격시켰다. 자칫 전쟁 위기설로 긴장이 고조됐던 2년 전으로 시계가 되돌아가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영국 런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 이후 2년 3개월 만에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다시 지칭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비핵화 협상을 의식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나 김 위원장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던 그간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의회의 탄핵 조사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연일 압박을 가해오자 강경 모드로 돌아선 듯하다. 실제 북한은 3일에도 김 위원장의 백두산 인근 삼지연군 관광지 시찰 사실을 공개한 뒤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은 재선을 위해 대북 외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낼 의도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되레 강공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북미 간 대립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직접 협상 시한을 언급한 만큼 미국의 화답이 없을 경우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선(先) 적대정책 철회 강조, 당 중앙위 전원회의 소집 예고, 해안포와 방사포의 연이은 발사 등이 결국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수순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미군도 한반도 상공에 첨단장비를 갖춘 정찰기에 해상초계기까지 동원해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북미 양국은 더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ㆍ협상의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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