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일부터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낳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동부지검은 3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 및 감찰 무마 사건 수사 공개와 관련한 심의위원회를 연 뒤 수사 상황을 일절 알리지 않기로 했다. 또 당초 계획과 달리 비공개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등 이날 심의위 회의 내용과 결과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은 초안 작성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언론의 취재 활동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오보 기자 검찰청 출입 금지나 포토라인 설치 금지 등 일부 내용은 삭제ㆍ완화됐지만 기자의 검사ㆍ수사관 개별 접촉 금지, 비공식 구두 브리핑 금지 등 취재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 규정에 따라 전문공보관이나 공보담당자만이 언론에 제공할 수 있는 수사 내용은 “우리도 알 수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는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의 말처럼 알맹이 하나 기대할 수 없는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검찰의 자의적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인권 침해를 막자는 이 규정의 취지는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검찰의 기소 전 수사 내용 공개가 대중에게는 범죄 사실로 받아들여져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도 전에 피의자에게 회복 불능의 피해를 안기고 여론재판 분위기까지 만들어내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공보 체제를 바꿀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자의 취재 활동을 원천 봉쇄해 언론의 검찰 감시ㆍ견제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규정의 시행으로 검찰 관계자를 인용한 언론 기사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검찰이 알리고 싶은 내용은 여전히 흘리면서 새 규정을 핑계로 민감한 내용의 수사는 감추고 밀행하는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할 만큼 국민적 관심과 파장이 큰 유재수 사건 수사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심지어 비공개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언론에 대한 폭거다. 형사사건공개심의위 내용 비공개나 검사ㆍ수사관 개별 접촉 금지 등 과도한 정보 비공개 및 취재 활동 제한 규정은 다시 손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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